[머투초대석]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니 이번에 유로존 재정위기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자금압박에 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시 한 번 이들이 기댈 곳은 신용보증기금(신보)다.
신보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중소기업의 대출을 보증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사업성은 있지만 담보 부족 등으로 대출이 어렵거나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돈줄을 죌 때, 신보의 보증 덕에 기업들은 돈을 빌린다.
신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사상 최대인 46조9000억 원의 보증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끄는 소방수 노릇을 했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서 신보의 역할과 중요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 해"라며 "신보는 명실상부한 금융위기 극복의 1등 공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보는 중소기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혁신에도 나섰다. 먼저 보증여부를 결정할 때 과거 실적 중심이 아닌 미래 성장가능성을 볼 수 있도록 심사방식을 개선했다. 옥석을 가려 유망한 기업에게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올해 초에는 홈페이지에 온라인 대출 장터를 개설했다. 기업이 대출희망 내용을 등록하면 은행들이 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가장 싼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선택'할 수 있다. 안 이사장은 "제도 시행 후 중소기업들의 평균 대출 금리가 종전보다 0.52%포인트 싼 5.7%로 떨어졌다"며 "갑과 을이 바뀐 아주 근사한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올 여름에 연임에 성공하셨습니다. 그만큼 안팎으로 평이 좋았다는 얘기인데요, 존경받는 CEO가 된 비결이라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새로운 플러스 개념의 가치를 주장하고 설득하니까 모두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강조하는 것이 '공심경영'(퍼블릭 마인드의 경영)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요, 하나는 무엇이든 판단을 할 때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사심을 갖지 말고 공공의 입장에서 판단을 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윤리성에 대한 강조로 도덕적, 윤리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주장하는데 반대한다면 좀 잘못된 사람 아닌가요.
-그동안 보증심사 개선 등 다양한 혁신을 꾀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분야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6월 말까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넣습니다. 2009년에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46조9000억 원의 보증을 지원했는데요, 신규보증 규모만 17조7000억 원으로 전년의 약 2배에 달했어요. 2배로 일을 하느라 직원들이 주말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또 하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심사 방법을 개선한 점을 들고 싶습니다. 취임하고 보니 리스크 부담을 안고 싶지 않아 과거 심사방법을 금과옥조인 양 껴안고 있었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미래성장성, 경영능력지표까지 적용하도록 바꿨습니다.
독자들의 PICK!
-중소기업 자금 지원에 신보 같은 보증기관의 역할이 매우 크지요.
▶2009년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 중 88.2%가 보증기관(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및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공적 보증서에 의존했습니다. 이중 신보가 41.7%를 보증했어요. 시중은행들이 (순수 신용으로) 대출한 것은 증가분의 11.8%에 불과합니다. 은행도 사정이 어렵고 부실이 나면 안되니까 신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요.
지금도 신보와 기보, 지역신보재단 등 3곳이 연간 은행 중기 대출 총액의 10%를 보증합니다. 은행 중기대출 이자가 연 6% 정도라고 보면, 은행이 신·기보에 출연금으로 2% 정도를 다시 돌려준다고 해도 나머지 4%는 별 힘들이지 않고 버는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 은행들이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쓰는 것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제도도 개선했는데요.
▶올해 '온라인 대출 장터'와 '일석e조 보험'에 중점을 두고 추진했지요. 온라인 대출 장터는 기업과 은행이 대출 정보를 교환해서 기업이 가장 싼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역경매 방식의 대출 장터입니다.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보태져 탄생한 것인데요, 발상이 아주 근사했어요. 이제까지는 은행이 항상 갑이고 기업은 은행이 요구하는 금리를 받아들이는 을이었는데 이런 갑을 관계를 바꾼 것입니다. 호응이 좋아서 금융당국이 여신금융협회랑 대부업체 등에도 도입토록 하고 자꾸 확산이 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우려도 좀 있었습니다.
▶온라인 대출 장터는 은행도 득을 보는 제도입니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지만, 대신에 은행은 영업비용이 들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은행 호응을 좀 걱정했습니다만 은행도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고 해서 잘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부터 은행하고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 추가로 보증을 받을 때 주거래 은행과의 관계가 있어서 이를 쉽게 끊지 못하는 점인데요, 그렇더라도 현저하게 금융비용이 절감된다면 기업도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보증금액이 크다면 0.52%포인트 차이가 어디입니까, 달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일석e조 보험도 호응이 좋다고요.
▶ 매출 채권보험이라고, 중소기업이 물품이나 용역을 외상으로 판매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드는 보험인데요, 이를 통해 거래처에 대한 판매위험을 보장받고 또 이를 담보로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게 일석e조보험입니다. 이 또한 기업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아요. 지금은 기업은행하고만 하고 있는데 12월부터 국민 우리 등 5개 은행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은 매출채권 손실 위험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신용보증을 통해 금융지원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고, 은행도 손해 볼 것이 하나 없는 제도입니다.
-내년 실물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가 많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올해 경기가 조금 회복될 것으로 봐서 일반보증의 규모를 작년보다 8000억 원 줄였다가, 6월 들어 보증수요가 더 늘어나겠다 싶어 하반기에 8000억 원을 도로 늘렸습니다. 다만 지금 보면 보증수요가 현저히 늘어나는 기미는 없습니다. 지방 8개 영업 본부 중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을 빼고는 보증수요가 거의 없어요. 여리박빙이라고, 살얼음판 위를 걸어간다고 하지요. 기업에서 불안하니까 돈을 안 쓰고 글로벌 경기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보 제도가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한데, 정책금융공사 등도 비슷한 일을 합니다. 이에 따라 중기 지원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을 재편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다소의 재편은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신용상태가 낮은 곳부터 지역신보재단, 신보 및 기보, 정책금융공사 등 3단계 구조인데 조금씩 중복도 되고 업권도 충돌하는 경향이 있어요. 신보와 기보도 통폐합 문제는 지역 갈등 등의 문제로 논의선상에서 제외됐다고 보지만 업권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신보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지요.
▶지난해 10만 개를 창출했고, 올해는 청년창업과 중장년층 창업, 고용창출기업에 대한 보증지원 등으로 11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일자리를 만들어 놔도 내국인 실업자를 줄이는 데는 제대로 기여를 하지 못해 문제예요. 실제로 실업자들이 취업하는 연결고리를 정부가 좀 더 치밀하게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이고, 그 다음이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러자니 경제가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고요.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을 두고 우리가 조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도 정치실패를 계속한다면, 조만간 남유럽 사태가 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합니까.
-신보 조직 문화 변화도 추진 중인데요.
▶신보의 공기업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GI(그레이트 이노베이션) 캠페인을 추진했고요, '신보 미래비전 2020'을 수립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사 및 업무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재편해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구축하면 보다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동반성장, 녹색기업, 창업기업 등에 신보 특화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보증제도와 과정을 바꾸는 작업도 계획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