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조직표를 보면 원장 밑에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9명이 있다. 부원장은 각각 보험·총괄, 은행, 증권을 맡는다. 부원장보는 부원장별로 3명씩 세부 업무를 나눠 보좌한다. 기획총괄, 소비자보호, 보험, 은행감독, 비은행감독, 검사, 금융투자 감독, 자본시장 조사, 회계 등 업무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헌데 이 '중요한' 임원 자리의 25%가 비어 있다. 부원장 자리만 보면 1/3이 공석이다. 박원호 전 부원장(증권 담당)이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두달이 됐지만 아직 후임 인사를 못하고 있다. 부원장보는 은행담당과 비은행담당의 방이 비어 있다. 비은행담당 부원장보의 방은 빈 지 1년이 다 됐다.
빈 자리의 일은 윗 사람이나 옆 사람, 아니면 아랫 사람이 돌려가며 막는다. 누가 됐건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문제될 게 없지만 뭔가 어수선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자리 잡힌 시스템이라기보다 '임시'란 인상이 강한 탓이다. 조직 전반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빈 자리는 누구 몫이다" "그렇게 비는 자리는 또 누구 몫이다" 등 말이 퍼져나간다. 조직의 수장은 업무 매진을 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그렇게 인사 얘기를 하고 인사를 기다리는 게 조직의 생리이기도 하다.
물론 "가급적 인사를 빨리 하고 싶다"의지를 보였던 권혁세 금감원장으로선 충분히 억울할 거다. 조직진단과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총리실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현실적 이유도 안다. 그래도 외부 탓만 하기엔 지연되는 정도가 심하다.
'조직 진단' '조직 개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안정적 조직 구성이다. 빈 임원 자리 채워놓고 업무 챙긴다고 해서 '왜 조직개편 안 하고 인사했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업무, 조직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받아쳐줘야 하는 게 금감원 담당자의 업무다. 총리실 눈치를 본다고 해서 총리실이 금감원의 어수선함을 책임져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