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원 1년' 경남기업, 은행간 싸움에 또…

단독 '퇴원 1년' 경남기업, 은행간 싸움에 또…

박종진 기자
2012.06.12 04:50

180개 하청업체 무더기 연체 사태… 신한-우리銀, 책임떠넘기기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액(2011년 기준) 순위 17위인경남기업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개선작업) 졸업 1년 만에 또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채권은행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자금지원을 하지 않은 탓이다.

최근 은행 간 다툼으로 워크아웃 중이던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멀쩡한 대형 건설사마저 은행들의 책임 떠넘기기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지난달 31일부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 대출) 225억원을 연체중이며 이날 40억원이 추가 연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란 하청업체들이 경남기업으로부터 받아야할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경남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면 하청업체들이 연체자로 등록된다.

이에 따라 경남기업이 225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이날부터 하청업체 180개가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연체자로 등록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나면 은행연합회에 등록되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 하청업체들이 빚을 떠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B2B 대출 특성상 빚을 갚아야할 책임은 하청업체가 져야하지만 경남기업은 그만큼 신인도에 치명타를 입는다. 거래기업이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한과 우리은행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경남기업이 연체된 B2B 대출 265억원을 포함해 당장 5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이 돈을 우리은행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남기업이 베트남자회사인 경남비나를 통해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사업에 그동안 돈을 쏟으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은행은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주관사다.

반면 우리은행은 경남비나가 아닌 경남기업 본사차원에서 자금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 경남기업의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전경.
↑ 경남기업의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전경.

두 은행이 자금지원을 미루는 동안 경남기업과 하청업체들만 위기에 몰렸다. 특히 경남기업은 지난해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한지 고작 1년밖에 안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을 결정해준 은행들이 한창 해외수주에 주력하며 재도약을 노리는 기업에 자금지원을 제 때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같은 은행들의 행태는 채권은행들이 서로 이견을 조율해 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이 채권단 내 이견차로 연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채권단 내부의 권리 의무관계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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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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