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과 신관 사이 사잇길.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이틀째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아직 집무실을 구경도 못했습니다. 이날도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된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9시40분께 출근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차에서 내려 보지도 못한 채 차를 돌렸습니다.
"적법한 절차로 선임됐고 (나는) 낙하산이 아니다"라는 신 회장의 목소리는 노조원들의 '관치금융 철폐' 구호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농협금융은 신 회장의 취임식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취임식을 강행하다 노조와 몸싸움이라도 벌일 경우 시작부터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노조는 신 회장이 관치금융, 관치농협의 결정판이라는 입장입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 지부 위원장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라며 "계속해서 출근저지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구나 노조는 정부와 맺은 경영개선이행약정서(MOU)가 노비문서라며 반발하고 있어 '외부인사'인 신 회장이 더욱 달가울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절차대로 선임된 인사를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출신 성분'보다 '회사 미래'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습니다. 새 회장 선임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이를 변화와 혁신의 계기로 삼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농협금융이 출범한 지 이제 갓 100일이 지났습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할 때입니다. 이런 시점에 불협화음과 갈등이 불거지면 농협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꽤 들립니다. '신충식 전 회장이 너무 빨리 사퇴한 것이 아니냐' 등의 말도 농협금융을 걱정하는 이들의 답답함에서 나오는 토로일 것입니다.
실제 농협금융직원들은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사업구조개편이란 명분은 좋았지만 4대 금융지주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과연 '중앙회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다른 금융지주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임금이나 정년 등에 변화가 오지는 않을지가 이들의 고민이었습니다.
노조는 노조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고민과 걱정,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게 지금의 농협금융입니다. 새 CEO가 손을 내밀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앞서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노조가 자신의 취임에 반발하자 출근을 미루고 노조 위원장에게 장미꽃을 선사하는 등 소통과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신 회장과 노조, 또는 직원들과의 첫 인사는 '출근 무산'으로 끝이 났지만 이게 파경을 뜻하진 않습니다. 이에 대한 신 회장식의 해법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