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한 장 만들고 가세요. 5만원 드려요"
대형마트 주차장, 놀이공원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이런'은밀한 유혹'을 건네는 이들을 카드 모집인이라고 한다. 카드 모집인이 카드 가입을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당은 카드 1장당 8만원 안팎. 이 수당 중 일부를 써 고객을 모은다는 얘기인데 적잖은 출혈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현행법은 카드 연회비의 10% 이상을 경품으로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들이 발급하는 카드의 대부분은 연회비 1만~2만원 안팎이다. 카드 가입을 조건으로 연회비보다 많은 현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그런데도 이 구조는 계속됐다. 카드 발급 건수를 늘리는 데 있어 카드 모집인의 존재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곡된 구조가 오래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 긍정적 효과는 줄고 부작용만 커졌다. 사용실적이 없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카드사 수익에 악영향을 줬다. 카드 모집인들 역시 출혈 경쟁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변화 바람이 일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 사용실적 등 사후관리를 반영한 수당 체계로 전환했다. 카드 모집인들로부터 모집된 카드에 실제 사용실적이 있어야 수당을 챙겨주는 방식이다. 카드 모집인을 배제한 다이렉트카드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힘을 보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상품 모집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상품 모집인의 수수료를 유지수당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당만을 노린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유지수당 개념으로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감독원장께서 모집인 수수료 판매 중심에서 유지수당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모집인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함에 천군만마가 될 듯하다"고 반겼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늦게나마 한목소리로 나선 것만으로도 반길 만하다.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은밀한 유혹'을 없애는 노력 자체도 대단한 성과다. 다만 옳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은밀한 유혹'을 '당당한 모집'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