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4수, 쪼개팔기로 승부 걸었다

우리금융 매각 4수, 쪼개팔기로 승부 걸었다

박종진 기자
2013.06.26 10:06

"지금은 'Nothing', 다시 말해 0원이냐 자금을 회수할 것이냐 문제"

금융당국이 지난 1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마침내 4번째 도전에 나섰다.

지난 정부에서 3번이나 내리 매각에 실패하고 이번이 4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일찌감치 우리금융 매각에 '직'을 걸었다고 천명하고 "이번이 아니면 죽어도 못 판다"고 했을 정도로 비장하다. 새 정부 초기의 정책 추진력으로 반드시 오랜 숙제를 풀겠다는 각오다.

매각성사를 위해 택한 카드는 '자회사 분리매각'이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연거푸 일괄매각을 추진하다가 유효경쟁조차 성립되지 않자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일괄매각의 명분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였다. 쪼개 팔면 그만큼 제값을 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묶어 팔아보니 살 사람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자회사별로는 수요가 있지만 지주 전체를 살 만한 투자자는 찾기 어려운 탓이다. 나눠서라도 팔아야 공적자금을 건질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신 위원장이 "시장이 원하면 그게 답", "시장이 원하는 물건, 즉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우리금융 자회사 분리매각 추진 일정
우리금융 자회사 분리매각 추진 일정

물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논리에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머릿속에 있는 숫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지금은 'Nothing', 다시 말해 0원이냐 자금을 회수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영화 3대 원칙 중 나머지 '빠른 민영화'와 '금융 산업 발전'에도 자회사 분리매각이 부합한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자회사별로 수요가 분명히 있으니 민영화를 조속히 실시할 수 있고 각각의 매수자들 또한 관련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부 매각 방안에 있어서도 매각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금융지주의 14개 자회사를 시장수요에 맞게 지방은행 계열(경남은행, 광주은행)과 증권계열(우리투자증권+자산운용+아비바생명+저축은행, F&I, 파이낸셜), 우리은행계열(우리은행, 카드, PE, FIS, 금호종금, 경영연구소)로 각각 나눴다.

매각형태와 매각주체, 대상 지분도 각 계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설계했다. 먼저 7월15일 매각공고를 실시하는 지방은행계열은 지주사로부터 인적분할 후 소유규제가 지주보다 덜한 은행 형태로 매각한다. 매각대상 지분은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보가 보유한 지분 전체(56.97%)이며 매각주체는 예보다.

만약 예보가 아닌 우리금융지주가 팔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지분 95% 이상(금융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의 부담이 크다.

반면 증권계열은 우리금융이 매각주체다. 증권계열을 인적 분할해 예보가 팔면 우리투자증권, 파이낸셜, 아비바생명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예보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져 매각가치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우리은행계열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합병 절차를 거쳐 '우리은행'을 최종 매각대상으로 한다. 이 역시 지주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소유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다만 최소입찰 규모는 미리 확정하지 않고 우리은행 매각절차 개시 시점의 시장상황 등을 감안하여 추후 결정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덩치가 큰 만큼 이전처럼 최소입찰규모를 30% 이상 등으로 정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일정도 빠르게 잡았다. 7월 지방은행 계열의 매각공고에 이어 8월 중순 증권 계열의 매각공고가 이어지고 내년 1월 우리은행 매각절차가 개시된다. 내년 말까지 매각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당장 지방은행 인수전을 둘러싼 지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은 정치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외국자본 참여와 PEF(사모투자전문회사)로의 인수 가능성 등을 놓고 국민적 정서 문제도 적잖다. 민영화 과정에서 늘 따라붙는 헐값 매각 시비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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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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