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피서지?"…옛말 된지 오래됐다

"은행은 피서지?"…옛말 된지 오래됐다

정현수 기자
2013.08.12 14:48

[블랙아웃 비상'電爭']영업점 적정온도 26도 이상으로 유지…고객·지원 불만 높아져

신한은행 영업점에 부착된 절전 안내문 /사진=정현수 기자
신한은행 영업점에 부착된 절전 안내문 /사진=정현수 기자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명동의 신한은행 영업점, '냉방 26도'라는 포스터가 방문자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준하여 실내온도 섭씨 26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른 영업점 역시 마찬가지다. 큼지막한 절전 포스터가 영업점 입구마다 자리잡고 있다.

영업점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다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아침부터 찌는 날씨에 쏟아진 땀을 식히기엔 부족했다. "그나마 오전이라 시원한 편"이라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고객들이 몰리는 오후에는 찜통으로 변한다. '도심 속 피서지'로 불리던 은행 영업점의 바뀐 현주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악의 전력대란 우려가 가중되면서 시중은행들도 절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다수의 은행들은 현재 본점과 영업점의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적정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책정했다. 점심시간과 퇴근 1시간 전에는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다.

일부 은행은 선풍기 등 개별냉방기구 사용도 금지시키고 있다. 더위에 맞서기 위해 하계 간편복을 착용하고 있지만 찜통 더위를 극복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름철 영업점에 앉아 있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였는데 옛말이 됐다"며 "정부 차원의 절전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더위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절전 목적으로 본점에 설치한 환율 전광판을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외환은행
외환은행은 절전 목적으로 본점에 설치한 환율 전광판을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외환은행

은행별 '틈새 절전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전기온수기 사용 절제에 나서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온수기는 전원을 차단시킨다. 우리은행은 본점 저층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절전을 위해 본점 환율 전광판의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이 밖에 은행들은 화장실 등 출입빈도가 낮은 장소의 조명 완전 소등, 냉방기 가동시 환풍기 가동 중지, 컴퓨터 등 사무기기 30분 이상 미사용시 전원 차단 등 가지각색의 절전운동을 펼치고 있다.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 직원들까지 은행원들이 여름철마다 입고 다니는 하계 유니폼은 이미 은행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일부 은행의 경우 절전 동참을 위해 '당근과 채찍'도 병행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전년 동월대비 전력수도료를 5% 이상 절감한 영업점에 대해 '우수 영업점' 시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순회관리인이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않는 영업점을 점검하고,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않은 곳을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조직적인 절전운동에 나서면서 은행 영업점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만난 방문자는 "아무리 정책이라고 하지만 은행 업무를 보기에도 덥게 해놓은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이 해마다 반복되는데 대해 일반 고객은 물론이고 금융사 창구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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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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