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공공기관 '출근저지→합의'…'실천'은 번번이 공회전

반복되는 금융공공기관 '출근저지→합의'…'실천'은 번번이 공회전

김도엽 기자
2026.03.25 17:18
금융공공기관 출근저지와 기관장의 약속/그래픽=김다나
금융공공기관 출근저지와 기관장의 약속/그래픽=김다나

역대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은 노조의 저지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자 각종 유인책을 제안해왔다. 문제는 제안한 내용들이 임기 마지막까지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노조 또한 이같은 내용을 알고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단' 출근 저지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12일 노조와 합의한 6대 노사 공동 원칙과 12대 세부 추진사항은 2020년 취임한 윤종원 전 행장이 약속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특히 희망퇴직 문제 해결은 윤 전 행장이 약속했으나 끝내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기업은행은 2016년 이전까지는 만 57세 이상자에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이후 정부가 공공기관 형평성을 문제삼자 특별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총액 임금'에 묶여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만 예외를 인정해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장 행장의 출근 저지에 가장 큰 쟁점이었던 시간외수당 지급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가까스로 예외적으로 합의됐기 때문이다.

김성식 예보 사장도 개략적인 합의는 이뤘으나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보 노조는 독립성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는 등 법에 근거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기에 공공성이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 김 사장과 예보 노조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논란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함께 대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 공공기관도 이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산업은행도 전임 강석훈 회장 시절 홍역을 치렀다. 2022년 강 회장은 2주간 이어진 출근 저지 시위를 뚫고 취임하며 직원들에게 별도 메시지로 소통을 강조했다.

당시 강 회장은 "본점이전 등 현안사항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할 것"이라며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강 회장은 '본점 이전은 국책과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노조와 임기 내내 갈등을 빚고 퇴임했다.

이처럼 금융 공공기관의 출근 저지와 사측의 유인책 제공이 반복되는 것은 조직의 독립성 및 자율성과 관련 깊다. 금융 공공기관의 특성상 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장일지라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노조도 상황을 알지만 임기 내내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기선제압'이 필수라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 수장이 임명되면 노조가 출근을 저지하고, 사측이 협상안을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깜깜이', '낙하산'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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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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