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국회까지 개입해 논란 확산
"영업양도·분할·합병 등의 이유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신용정보법 32조
"금융지주회사는 그가 속하는 금융지주회사 등에게 영업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금융지주회사법 48조2.
이 두 법은 서로 충돌하는가. 금융위와 금감원, 감사원, 국회까지 가세하며 산으로 가고 있는 KB금융 제재 논란은 두 법의 적용을 놓고 진행된 '유권해석'에서 출발한다.

◇감사원 개입 논란= 2011년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분사 과정에서 신용정보법상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고 고객 정보를 국민카드에 넘겼다. 금감원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검사하면서 이 문제를 발견했다. 사실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과태료 부과로 끝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KB금융에 중징계를 결정한 이유는 카드 고객만이 아니라 은행 고객 정보까지 국민카드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 48조2를 들고 나왔다. '영업상 제공할 수 있다'는 그 조항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에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금융위는 지난 5월 신용정보법상 별도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회신했다.
금감원은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KB금융과 임영록 회장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갑자기 감사원이 끼어들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카드3사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과 관련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었다. 감사원은 감사가 진행중인 만큼 감사가 끝날 때까지 제재 절차를 보류하도록 금감원에 요청했고 금융위에는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시점은 공교롭게도 금감원이 임 회장 등에게 제재 방침을 통보키로 한 9일 오전이었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9일 밤 임 회장 등에게 중징계 통보를 강행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금감원 담당 임원들을 불러 들였다. 금감원 임원은 유권해석을 의뢰한 이유, 감사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재 절차를 진행한 이유 등을 소명해야 했다. 감사원이 과도하게 개입한 게 아니나는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이에 대해 황찬현 감사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감사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감사현장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조치를 보류하도록 하는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수현 금감원장도 "법령해석을 이유로 감사원이 제재 보류를 요청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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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사원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4차례 (금융당국을) 감사하는 동안에도 금감원은 76개의 저축은행에 대해 제재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제재절차 보류 요청은) 국가기관간 모순된 판단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며 "문제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질의서가 나갔는데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강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유권해석을 둘러싼 금융위와 감사원의 공방= 논란의 핵심인 유권해석은 감사원과 금융위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감사원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영업분할 등의 경우에도 금융위 승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주장이 맞다면 KB금융과 임 회장을 제재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감사원은 특히 금융위의 입장이 오락가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지난해 7월경 개인정보보호위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우선한다고 해놓고 금감원 질의에서는 다른 해석을 냈다"고 지적했다.
황 원장이 지적한 개인정보보호위에 보낸 금융위의 답변은 '사후통보'를 규정한 신정법 32조5항에 관한 것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고객정보를 제공한 경우 사후통보를 하도록 한 신용정보법 32조5항이 적용되는지였고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하지만 이는 '회사분할 등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에도 불구하고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과는 취지 자체가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또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신용정보법이 시행된 이후 금융위로부터 합병·분할 승인을 받은 61개사 가운데 금융위 승인을 받은 곳은 9곳 뿐이라는 것. 금융위가 승인을 받지 않은 52개사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KB금융만 제재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금융위는 하지만 52개사 중 대부분은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계약 이전, 신협간 합병 등이었고 지주회사 소속 회사의 영업분할 중 승인을 받지 않은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2013년 2월 우리카드 영업분할 당시 신정법상 승인을 별도로 받았다. 하지만 승인을 받지 않은 52개사를 제재하지 않은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어떻게 될까=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금융위의 유권해석 자체를 뒤엎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법령의 유권해석 권한은 담당 부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뒤집어질 경우 앞으로 금융지주회사는 아무런 제한없이 고객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특례는 '영업상 이용할 목적으로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로 일시적이고 빈번한 정보제공에 대한 조항인 반면 영업분할·합병은 고객정보의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넘기는 작업이다.
금융위 유권해석이 무력화되면 고객정보를 영구적으로 넘기는 경우, 고객동의도 안받아도 되고 금융위 승인도 필요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감사원이 유권해석에 대해 질의한 것은 법상 직무 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금융위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7월 중에 감사원장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니 구체적 내용은 그 때까지 감사원의 판단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