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그리고 채무자 보호

LTV·DTI 완화, 그리고 채무자 보호

김진형 기자
2014.07.21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한동안 언터쳐블(untouchable)

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없이 많은 부동산 시장 대책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LTV와 DTI는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었다. 우리 경제의 뇌관 중 하나인 가계부채를 늘려 금융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올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합리화'란 용어로 균열이 생긴 방어벽은 실세 경제부총리의 등장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최종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DTI는 서울과 수도권 구분 없이 60%, LTV 역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두지 않고 70%로 일괄 상향하는 안이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LTV와 DTI는 금융정책이란 기존의 입장을 바꾼 이유가 '실세 경제부총리와 코드 맞추기'란 논란은 논외로 치자. 금융당국이 끝까지 '노(NO)'를 외쳤다고 해도 논란은 컸을 것이다. '2기 경제팀이 출범부터 불협화음을 빚으며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어차피 정책 결정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적의 대안을 찾아 선택하는 행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LTV와 DTI 완화는 필연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린다. 정부 입장에선 거시적 관점에서 가계대출의 총량을 관리할 대책도 필요하지만 미시적 관점에서 개별 금융소비자에 대한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최근 경제학계에서 논의가 촉발된 주택담보대출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Atif Mian)과 아미르 수피(Amir Sufi)는 최근 발간한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에서 집값 하락이 왜 경제위기를 불러왔는지를 분석했다.

이들은 자산(주택) 가격의 변동 위험을 채무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시스템을 원인 중 하나로 본다.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적인 가계에게 주택은 가장 큰 자산이다. 그래서 이들은 집값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집값이 하락하면 소비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과도한 경기변동을 낳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LTV·DTI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결국 경제 활력 제고다. 집값 하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져 내수를 침체시킨다는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LTV·DTI 완화가 집값 상승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지만 설사 집값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오른 집값으로 대출받은 가계에 대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기업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이 눈길이 가는 이유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쉽게 말해 5억짜리 주택을 담보로 4억원을 빌렸다 집값이 3억원으로 떨어지면 3억원만 상환하고 나머지 1억원은 면제하는 대출이다. 자산가치의 변동위험을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나누자는 개념이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검토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금융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시각은 달라야 한다. 대출받는 것은 개인의 의지인데 이들을 왜 보호해야 하느냐고 주장하기엔 가계 경제에 '집'이 갖는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국이 LTV·DTI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채무자를 보호할 대책은 무엇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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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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