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은-미래에셋, '이상한' 주도권 다툼

[기자수첩]산은-미래에셋, '이상한' 주도권 다툼

전혜영 기자
2015.05.14 15:44

금호산업 인수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단독 협상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채권단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단일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서로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통상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도권을 쥐려고 경쟁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한' 다툼이다.

산업은행은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이번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도 매각주관사로서 채권단 내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가격협상에서는 미래에셋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래에셋의 지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지분율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율은 미래에셋이 14.7%로 제일 많이 가지고 있고, 산은(7.6%), 농협(7.0%), KDB대우증권(6.7%), 국민은행(2.7%), 우리은행(1.4%) 순이다.

반면 미래에셋은 가격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소식에 적극 반박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협상 주도는 매각주관사인 산은이 하도록 법률에 규정돼 있다"며 "우리는 산은이 부의한 안건에 대해 가부만 표시할 뿐, 주도적인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을 주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지분도 관계사를 다 포함하면 산은이 사실상 제일 많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지분율 셈법까지 운운하며 서로 주도권을 '양보하는' 이유는 협상 결과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실시한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결과 단독으로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 희망가는 6007억원으로 채권단의 기대치인 1조원 안팎에 훨씬 못 미쳤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지만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에서도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협상을 주도한 기관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고 싶어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두 기관 모두 공식적으로는 서로에게 주도권을 넘겨 책임을 최대한 피하면서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기 싸움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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