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동조선·채권단 '상생'의 묘수는

[기자수첩]성동조선·채권단 '상생'의 묘수는

변휘 기자
2015.05.17 14:12

지난 15일 오후 우리은행 앞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원들이 최근 추가자금 지원을 거절한 채권사인 우리은행 앞에서 차례로 상경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추가자금 지원이 끝내 무산되면 기업의 회생이 어려워지고, 노조원 각자의 가정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생존'을 건 목소리였다.

노조원들의 요청으로 면담에 나선 우리은행 기업개선 담당자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상 초유의 1%대 기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바닥인 상황에서, 떼일 가능성이 높은 돈을 더 빌려주는 것은 은행업의 상식을 벗어나는 비합리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5년간 자율협약 상태로 채권단에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추가 손실 우려도 크다.

은행업 역시 '사람의 일'인지라 과거에는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따금 내려진다. 은행이 자금지원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려도 정부가 '국가경제'를 이유로 자금지원을 요청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더욱이 대주주인 정부의 '입김'이 큰 우리은행이라면 거절은 커녕 '총대'를 메야 했다.

그러나 이런 은행의 대승적 결정은 최근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경남기업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자금 지원 압박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장의 생존권을 걱정하는 성동조선 노조원들의 호소가 눈물겨운 동시에 자신의 목에 칼을 댈 수도 있는 결정을 피하려는 우리은행의 입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결국 성동조선의 회생 여부는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몫으로 남겨졌다.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을 다시 설득해보는 게 최선이겠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아니라면 혼자서라도 지원에 나서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국내 조선업계의 허리를 받치는 대표적 중·소형 조선사인 성동조선을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만마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다. 또 눈 앞의 불을 끄는 단기 자금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정상화 방안 역시 고민해야 한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행을 피하기 위해선 늦어도 '5월 말'이 자금 수혈의 마지노선이다. 수출입은행이 채권단과 조선업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