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중해야 할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

[기자수첩]신중해야 할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

주명호 기자
2017.11.27 17:13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다음달 발표할 최종 혁신 권고안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할 예정이다. 혁신위의 노동이사제 권고 대상은 금융공기관이지만 민간 금융회사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일 열린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안건으로 올라와 국민연금의 지지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혁신위 권고는 노동이사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은 경영진이 선호하는 사람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노동이사제에 대해 “다양한 계층이 (사외이사로) 참여하자는 취지 자체는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재계는 최 위원장 말대로 사외이사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반드시 노조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노조 입장을 대변하면서 주주이익과 상충할 수 있어서다.

노동이사제가 국내 이사회 구조상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사회가 경영과 감독으로 이원화돼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한다. 노조가 경영에는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이사회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주주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정말 추진하고 싶다면 이중 이사제 허용 등 먼저 여건을 갖춰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혁신위가 권고해도 현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 논란만 커질 수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서두르기 전에 노동이사제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돼야 할 여건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 토론부터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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