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공급망 재편 속…글로벌서 생산적금융 키우는 'K금융'

전쟁과 공급망 재편 속…글로벌서 생산적금융 키우는 'K금융'

박소연 기자
2026.06.05 05:10

[2026 금융강국 코리아]①글로벌 금융허브에 깃발 꽂은 'K금융'

[편집자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공급망 재편 속 국내 금융권의 해외사업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현지 교민과 지상사 대상 소매금융 중심 모델에서 CIB(기업금융), 우량 로컬 기업, 인프라 금융을 아우르는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K금융의 최전선을 직접 찾아 새로운 성장 모델과 생산적 금융의 실체를 짚어본다.

K금융도 '생산적 금융'이 대세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권은 생존을 위해 해외영업에 대해서도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기존의 교민과 한국계 지상사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 기업과 현지 우량기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CIB), 공급망·인프라 금융을 아우르는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 패러다임 전환…소매→기업·공급망 금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의 최근 해외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리테일에서 기업금융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격화와 미중 갈등, 고금리, 환율 변동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이는 위기와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도 창출했다. 공급망이 다변화되며 유럽 기업들의 생산거점 이동이 본격화되는 한편 한국 대기업, 중소 협력업체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며 금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두드러진 글로벌 실적을 보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대출금 자산 비중에서 기업대출이 약 70%를 차지하며 리테일(30%)을 압도하고 있다.

은행권은 국내 기업의 생산 거점 이동이 활발한 미국 남부, 동유럽, 베트남, 인도 시장 등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조선,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부품 등 전략산업의 영토 확장 과정에서 공장 신설 시설자금부터 운전자금, 원부자재 조달, 매출채권 회수, 환리스크 관리까지 연결되는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며 생산적금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은행권은 국내 기업에 대한 영업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 보증기관과 협력해 금융지원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전쟁이 만든 기회…K방산 날개 달고 날았다

일부 해외 법인엔 전쟁이 기회로 작용했다.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은 러우전쟁 이후 러시아 관련 기업과 자금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유럽 법인 역시 인플레이션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기조를 활용해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확보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동유럽에선 K방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는 K-배터리와 자동차, 방산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국내 은행들의 새로운 전략 거점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폴란드 국영개발은행(BGK)과 협력해 한국 기업의 공장 증설과 공급망 금융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급증하는 방산·원전·인프라 금융 수요 대응을 위해 현지 채널도 확대했다.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에는 정부 보증과 민간 은행의 금융의 결합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 시중은행들이 수은과 함께 방산 수출 금융의 전진기지 역할을 자임하는 모양새다.

뉴욕·런던서 IB 어깨 나란히…현지화 전략 가동
국내 은행의 국가별 해외점포 총자산 추이/그래픽=김다나
국내 은행의 국가별 해외점포 총자산 추이/그래픽=김다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안방인 뉴욕과 런던에서도 K금융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항공기 금융과 캐피탈 콜 퍼실리티(CCF), 글로벌 주선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초우량 저비용항공사(LCC)와 국적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기 금융을 주선하고, 일본형 택스 리스 구조처럼 차별화된 상품을 설계해 글로벌 은행과 차별점을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에너지·전력 인프라 밸류체인과 데이터센터를 핵심 투자 섹터로 설정했다. 우리은행은 인프라 금융,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우량기업 인수금융 및 신디케이트론을 유망 분야로 집중하고 있다. 단독으로 대규모 위험을 부담하기보다 글로벌 우량 금융기관과의 공동 주선·신디케이션·보증 활용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미국 델핀 부유식 LNG(FLNG)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동 주선기관으로 참여해 총 신디케이션 규모 약 4조원(26억7600만달러) 중 약 2400억원(1억6000만달러)을 주선 및 투자했다.

해외 영업 대상도 기존의 한국 기업과 교민 중심에서 현지 우량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현지 인력을 기업금융 RM(전문가)으로 육성해 로컬기업 영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현지 신용평가기관과 협력하고 글로벌 심사역을 전진 배치해 현지 기업 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현지 중심 신용평가체계로 해외 현지기업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적용하고 있고 현지 상공회의소, 투자청, 정책금융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외형 확대 넘어 질적 성장으로

기업금융 중심으로의 변화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과 궤를 같이 한다. 은행권이 해외 자산 확대 시 볼륨 경쟁보다는위험가중자산(RWA), 순이자마진(NIM), 회수 가능성까지 감안한 위험조정수익성 중심의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해외영업의 가장 큰 전략 변화는 자산 확대 중심에서 자본효율(RoRWA) 중심으로의 변화"라며 "국가별 글로벌 규제가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와 자산 확대 중심에서 핵심 글로벌 거점 중심으로 선별적 투자와 대형 딜 참여 강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CIB 금융 중심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국가별 성장성과 시장 규모가 해외전략의 핵심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제재 리스크, 송금·결제 제한, 외환 유동성,현지 법규 변화, 이중과세 및 자본회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해외영업에서 성장성만 보는 전략에서 벗어나 회수가능성·자본 효율성을 함께 보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리스크 선별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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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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