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리 상승기 촘촘한 안전망 마련" VS 빚 탕감 남발로 도덕적 해이 우려
앞으로 은행 대출 연체에서부터 여러 금융회사의 다중채무까지 채무조정 지원이 세밀해진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자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체이자 인하, 기한이익상실 연장, 필요시 은행 빚 탕감까지 총망라된다. 이에 대해 성실한 대출 상환 의지를 꺾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거세다.
◇금리 상승기 앞두고 촘촘한 안전망 만들기=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도한 빚으로 고통받고 있는 연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에 지속해 왔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일괄 소각했고 10년 이상 연체한 100만원 이하의 빚도 탕감해주기로 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세로 한계 차주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연체상태에 빠지기 전부터 연체 후까지’ 채무조정 제도를 촘촘하게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이나 장기소액연체채권 정리는 일회성으로 진행한 채무조정”이라며 “상환능력을 넘어선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들을 위한 상시적인 채무조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협의 중인 ‘취약차주 부담 완화 방안’은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의 채무조정에 앞서 은행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실직이나 폐업, 질병 등으로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져 연체가 불가피한 경우 연체 전에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채무조정 요구권)를 주고 연체 후 채무조정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연체 90일 이내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워크아웃’은 채무조정 범위를 연체이자뿐만 아니라 정상이자까지 감면해주고 상각채권이 아닌 일반채권에 대해서도 원금감면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특히 원금감면의 폭을 법원의 개인회생 제도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중채무자가 아닌 은행에만 채무가 있는 단독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층인 사람이 대상으로 파격적인 수준이다.
정부는 여기에 다중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도 원금감면율을 높이고 채무상환기간은 단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계속되는 빚 탕감...도덕적 해이 우려= 정부가 지난해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고 장기소액연체채권을 정리하기로 했을 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 도덕적 해이 논란은 많이 가라앉았다. 정부는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도 이 정도 어려운 사람들은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 채무자들에 대해서까지 빚 탕감을 추진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채무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데다 신용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 연체가 아니더라도 상환능력이 없다면 원금을 감면해주는데 대해서도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성실하게 빚을 상환하는 사람 입장에선 허탈할 수 있고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 채무조정 제도가 오히려 빚 갚을 의욕을 꺾어 버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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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채무조정 제도를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채무조정 제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은행권 채무조정 제도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7월 발표한 금융감독혁신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할 일이 맞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에서 보면 취약차주의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