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욕 먹을 각오한 서민금융 정책

[기자수첩]욕 먹을 각오한 서민금융 정책

권화순 기자
2018.12.25 15:52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서민금융 개편 방안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내놓은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민 생계자금과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미소금융 등 4대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고 지원 대상을 저신용자에 집중하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한 마디로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를 받고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햇살론 금리를 지금의 연 8~10%에서 어느 정도까지 인상할지 아직 확정하진 않있지만 정책금융을 이용해온 서민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리 인상'이란 단어를 피하고 '정상화', '확대·조정'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서민금융을 이처럼 '대수술'한 이유는 있다. 금융위 스스로 "괴물로 변했다"고 할 정도로 서민금융에는 문제가 많았다. 2008년 미소금융으로 시작된 서민금융 정책은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소득기준을 낮춰주거나 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수정돼 왔다. 그러다 보니 연간 6조원 이상의 '큰 돈'이 투입되는 데도 '제도권 금융에서 외면받는 저신용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는 퇴색됐다.

실제로 신용등급 4~7등급 차주가 햇살론 대출자의 82.3%에 달한다. 민간 중금리 대출상품인 저축은행의 사잇돌대출 금리가 연 14~18%인데 햇살론 금리는 높아 봤자 연 10.5%다. 중신용자들이 햇살론을 '독식'하다 보니 정작 민간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 어려운 8등급 이하 취약계층은 서민금융 상품에서조차 소외됐다. 정부가 또다시 지원 대상 확대나 금리 인하로 '인기 정책'을 펴기보다 '욕 먹을 각오'로 정책 방향을 유턴해야 했던 이유다.

물론 남은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서민금융을 민간 중금리 대출과 대부업 대출 사이의 중간지대로 옮겨 놓으려면 민간 중금리 시장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서민금융 재원에 정부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이번에도 금융회사 '팔 비틀기'로 3000억원의 출연금을 받기로 했지만, 안정적인 재원 마련의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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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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