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0년간 갚는 주담대 나온다…"DSR 완화효과"

[단독]40년간 갚는 주담대 나온다…"DSR 완화효과"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김남이 기자, 양성희 기자
2022.04.21 15:46

하나 이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도 "초장기 주담대 긍정 검토"
만기 35→40년 매년 원리금 상환액 줄고, DSR 여유로 한도 증액효과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2.3.11/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2022.3.11/뉴스1

하나은행에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리 상승기 대출 차주들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 여력도 늘어나는 효과도 생긴다. 새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향(최대 80%) 공약과 함께 DSR 규제 완화 여부를 고심 중인 상황에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내놓는 셈이다.

2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자체 주담대 상품 최장 만기는 35년, 농협은행은 33년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다음주쯤 주담대 만기 연장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만기를 늘리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DSR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만기 연장이 DSR 규제 탓에 충분히 돈을 빌리기 어려운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를 늘려주기 위한 취지라는 얘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만기 최장 40년 연장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이날부터 주담대 상품인 하나혼합모기지론,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의 최장 만기를 기존 35년에서 40년까지 연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주택구입 등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대출 기간 변경"이라고 했다.

DSR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한도를 결정하는 대출 규제로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한 총 대출 상환액이 연간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지난 1월부터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40%(은행 기준)가 적용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주담대 만기가 최장 40년으로 늘어나면 매년 갚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DSR이 낮아지고 대출 한도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다른 대출이 없는 연봉 5000만원 차주가 규제지역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 구입용 은행 주담대(금리 4.17%, 신규 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 기준)를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방식으로 받는다고 가정하자.

만기 30년인 경우 LTV 40%를 적용하면 3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DSR 40% 규제에 막혀 3억42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40년으로 늘면 LTV 40%인 3억6000만원을 모두 빌릴 수 있다.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만기 30년일 때 약 2000만원에서 1850만원 수준으로 줄어 DSR(37%)가 40%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DSR 규제 체계에서는 소득이 높거나 만기가 길수록 대출 한도를 받기 유리하다"며 "주담대 만기가 늘어나면 실수요자는 DSR 규제에도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 주담대 만기 연장 논의는 당초 지난해 7월 정책 모기지 상품의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함께 검토됐으나 진행되지 못했다. 40년 초장기 주담대가 나오면 당장 갚아야 할 금액이 줄어 폭증하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금리 급등으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은행 등 금융권 가계대출이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시중은행 주담대 만기 연장을 독려해 왔다는 점에서 당국과 교감 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대출 상품 출시는 은행들의 자율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의 주담대 만기 연장이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1주택 실수요자의 LTV를 70~8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LTV를 올리더라도 DSR 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대출 한도 확대 혜택이 고소득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DSR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작지 않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DSR 규제가 안정화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집값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 쉽게 완화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청년층에 한해 일부 완화하거나 오는 7월로 예정된 3단계(총 대출액 1억원 이상) 시행 시기를 다소 늦추는 등 미세 조정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상헌 정치부장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 고종석, 코드훔치기 서문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