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본주의 리셋' 시장이 먼저 나서야 한다

[기자수첩]'자본주의 리셋' 시장이 먼저 나서야 한다

김남이 기자
2023.03.07 05:36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종식. 2019년 8월 미국 주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모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목적이 더 이상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이익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경영계를 이끌었던 주주 자본주의가 저물어가는 신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자본주의를 리셋할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와 함께 직원, 투자자, 사회, 정부에 이르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고려하는 자본주의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 단체의 가치 창출을 생각하며 경영하는 방식이다. 최근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에 공공의 개념이 좀 더 강화된 모습이다. '공공 자본주의'로 보는 사람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과 닮았다. 이해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이전부터 써오던 개념이다. 국내 은행은 정부가 새로운 플레이어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가 최대 수익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경영에 영향을 받는 고객과 사회의 장기적 가치를 고려했냐는 질문을 던졌고, 해답이 시원치 않자 대규모 구조 개선의 집도의로 나섰다.

정부가 제기한 '공공 자본주의'의 의미와 역할은 모두 좋다. 다만 정부가 집도의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모습은 부담스럽다. 시장에서는 주인없는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까지 강제성이 동원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기업의 소극적 움직임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가 던진 화두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움직일 시간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CEO 편지'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정치나 사회·이념적 논의가 아니라 공정하고,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바람의 중심에는 '재무부'가 아닌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있다.

정부가 밀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먼저 경영 과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새로운 경영 방식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너무 강한 힘은 그만큼의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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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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