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은행원도 외면...총파업에 대형은행 300명 참여 그쳐

'주 4.5일제' 은행원도 외면...총파업에 대형은행 300명 참여 그쳐

황예림 기자, 이병권 기자
2025.09.26 15:4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오늘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총파업을 선언합니다. 국민과 언론은 10년 후 지금을 돌아보며 '그날 금융노동자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기억할 겁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3년 만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당초 8만명 참여를 목표로 했던 이번 총파업은 대형 은행에서 300여명이 참여했다. 낮은 참여율로 영업점 멈춤도, 고객 불편도 없었다.

"4.5일로 축제 같은 세상 만들자"…목소리 높인 금융노조

금융노조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을 목표로 총파업에 나섰다. 수천명의 금융노조 조합원은 도로를 점거하고 앉아 '4.5일 쟁취하자' '실질임금 쟁취하자'라며 구호를 외쳤다. BNK부산·경남, JB전북·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조합원도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와 속속 자리를 채웠다. 은행권의 총파업은 2022년 9월16일 이후 약 3년 만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 저출생, 지방 소멸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직원과 시민들에게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모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대답했다"며 "우리는 저출생,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주 4.5일제를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숙제 같은 세상이 아니라 축제 같은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동료들은 번아웃과 정신질환의 고통에서 숨죽이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며 "주 4.5일제는 이런 동료들의 삶을 되찾기 위한 전환점이자 미래 세대인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정 의원과 박홍배 의원 등이 함께했다. 김 의원은 "25년 전 금융노조가 주 5일제 쟁취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에 나섰을 때 자본과 언론은 '기업들이 망한다' '배부른 소리한다'라고 했다"며 "하지만 결과는 어땠냐. 생산성이 향상되고 금융기관들의 수익이 대폭 늘어나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4.5일제는 반나절 더 쉬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저출생 문제 해결까지 연결되는 매우 중차대한 제도"라며 "이재명 정부 또한 주 4.5일제를 약속했다. 주 4.5일제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5대 은행 참여자 300여명…공감대 형성 '대실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금융노조가 3년 만에 거리로 나왔지만 저조한 참여율에 사실상 '실패한 총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금융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8만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참여자 수는 경찰 추산 약 8000명에 그쳐 참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노조가 추산한 참여자 수는 2만2000명이다.

특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참여율이 저조했다. 금융노조 조합원의 80%가량은 5대 은행 소속으로, 5대 은행 조합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원되는지가 이번 총파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었다.

이날 5대 은행 참여자는 300여명 수준이었다. 국민·우리은행에서 100여명씩, 하나·농협은행에서 각각 5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참여자 대부분은 노조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들로, 일반 부서 직원들의 참여율은 '제로'(0)에 가까웠다. 신한은행은 노조 지부마저 불참을 선언해 결과적으로 한명도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금융노조가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신한은행 노조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않아 지부 차원에서 불참을 결정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사진=이병권 기자

주 4.5일제 도입 요구가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면서 일선 은행원들을 총파업 현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노조는 과거 주 5일제를 예로 들며 금융권부터 주 4.5일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10여년의 세월을 두고 국내 전반으로 제도가 확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5일제는 2002년 7월 금융노조와 시중은행장 등이 합의하면서 금융권에서 최초로 실시된 후 전체 산업군으로 확대 시행됐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금융노조의 요구를 두고 고액 연봉자들이 과도하게 근로시간을 단축하려 한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급여는 635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상반기 급여를 뛰어넘는다. 코로나19 이후 짧아진 은행의 점포 운영 시간이 주 4.5일제를 기점으로 더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5대 은행 관계자는 "노조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 외에 일반 직원 중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모든 영업점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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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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