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동산담보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괄담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애로가 이어지는 상황인 데다가 부동산담보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국정과제인 생산적 금융에 저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정책 제언에 대해 도입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이날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일괄담보대출 재도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발굴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괄담보제란 기업의 기계설비나 상품 재고 등 동산과 채권·특허권을 포괄해 서로 다른 자산에 대해 하나의 담보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이에 이 위원장은 "국내 금융과 경제구조에서 부동산 부채를 일으켜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더욱더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유 의원과 이 위원장이 이같은 의견을 나눈 것은 국내 은행권의 부동산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국내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은 1361조1965억원으로 전체 담보대출의 96.2%를 차지한다.
반면 동산담보대출은 1조3108억원으로 0.09%에 그치며, 2년 전(1조6604억, 0.15%)에 비교해 절대 규모도 줄었다. 동산담보대출이 줄어든 자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예금·유가증권 담보대출이 메우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일괄담보제를 도입하면 채권·주식·예금과 함께 동산에 대한 담보를 설정해 동산담보대출 취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르면 서로 다른 자산에 대해 하나의 담보권 설정은 불가능해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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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동산금융 혁신사례가 은행권에서 탄생해 보다 많은 혁신·중소기업이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동산담보법 개정, 동산담보 회수지원기구 설치 등 인프라 구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일괄담보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산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평가나 보관, 처분 등 제반되는 인프라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보다 담보 평가 역량이 개선되고 '부동산 금융'에 대한 우려로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자산을 담보제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확대됐지만, 담보를 처분할 때의 전문성이나 보관 처리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력이 우수한 기계라도 감가상각이 부동산에 비해 빠르고 금융권이 담보에 대한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라며 "유·무형 자산에 대한 보전방안이나 평가, 관리 등 포괄적인 정책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