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금융사 전체 민원의 절반이 보험 민원이다."
지난달 26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눈앞의 단기 실적에 매몰된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멈추고,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라는 경고였다.
최근 보험시장에선 GA(법인보험대리점)의 스카우트가 한창이다. 오는 7월 GA 소속 설계사에 대한 '1200% 룰' 확대를 앞두고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200% 룰'이란 설계사가 보험 계약을 체결한 첫해에 받는 수수료 총액을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과도한 모집 수수료로 인한 사업비 낭비와 불건전한 영업 행태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시행 직전에 영입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장이 혼탁해졌다. 이 원장의 발언도 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연봉 1억원을 받는 A보험사 전속설계사가 기존 연봉 보장에 일시금 50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약속을 받고 이직을 했다고 한다.
그간 국내 보험사들은 상품판매를 GA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신계약의 50% 정도가 GA를 통해 이뤄졌다. 보험사들이 직접 설계사를 육성하기보다는 이미 영업력을 갖춘 GA에 고액의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물량을 확보하는 손쉬운 영업 방식을 택한 결과다. 이와 같은 과열 경쟁은 보험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GA 영업은 종전의 보험계약을 새로 갈아타는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우려가 늘 존재한다.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고객의 멀쩡한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영업이 흔하게 벌어진다. 실제로 뒤늦게 이를 알아채고 분통을 터뜨린 이들이 기자 주변에도 적지 않다. 보험사나 GA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설계사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더라도 보험 영역은 태생적으로 계약자와 판매자간 정보 비대칭이 너무 크다.
보험사들은 과거의 손쉬운 영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 거액을 들여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거나 수수료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던 방식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회계상으로도 과도한 영업 수수료는 사업비용에 반영되고 실적을 깎아먹는다. 특히 신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당장 계약 건수를 늘리기보다 유지율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보장을 정직하게 설계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결국 장기적으로 운명이 갈린다.
금융당국도 GA 의존도를 낮추고 전속채널, 디지털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업 채널을 확보한 보험사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했으면 한다. 고객들에게 신뢰를 받은 보험사가 장기적인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어야 보험 생태계에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공정한 시장 질서 위에서 상품경쟁력과 영업력으로 신짜 실력을 겨루는 보험산업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