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 등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기업들이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협력사에 납품대금 조기 지급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위탁거래상의 판매대금 조기 지급으로 자금 회전 속도를 높임으로서 중소기업에 숨통을 틔워 준 것이다.
특히 대기업 중 최근 LG전자와 포스코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은 이미 지난 7월 협력사와 상생협약을 맺으며 빠른 대금 지급은 물론 나아가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선 LG전자의 경우 1차 협력사인 알루미늄 부품 제조 기업인 '미래코리아'와 상생결제를 활용해 신속한 대금지급을 해왔다. 이 같은 대기업의 대금 조기 지급은 미래코리아와 2, 3차 협력사로 자금 흐름이 이어지면서 납품대금의 낙수효과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 미래코리아는 LG전자 등 구매기업으로부터 상생결제를 통해 대금을 신속하게 수취해왔다. 최근 3개년 수취액만 428억원에 이른다.
만일 1차 협력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신속하게 대금을 받고 그 자리에서 멈추면 유동성은 원청과 1차 사이의 1단계 거래로 끝난다. 그러나 정작 자금 사정이 가장 빠듯한 것은 그 아래 2차, 3차 협력사들이다.
상생결제의 취지가 '대기업의 신용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이라면 1차 협력사가 물길을 열지 않는 한 그 취지는 실패하는 셈이다.
이에 미래코리아도 상생결제를 '받는 제도'가 아니라 '내려보내는 제도'로 규정하고 내려보낼 때 거래 규모가 크든 작든, 오래된 거래처든 신규 거래처든 2차 협력사 전체에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미래코리아 역시 2023년 1월 시점 9개사였던 상생결제 지급 대상을 같은 해 4월 5개사(청명산업·에스제이피·원테크·엔케이테크·신세기알테크), 5월 1개사(선진하이텍)를 일괄 편입해 15개사로 확대했고 현재까지 이 체제를 유지 중이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미래코리아가 구매기업으로부터 수취한 상생결제는 428억원, 2차 협력사 15개사에 발행한 금액은 344억원이다. 결국 대금조기 지급이 시스템화 되면서 낙수효과를 발생시켜 2, 3차 협력사까지 자금 유동성을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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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상생결제로 만기일에 현금이 들어온다는 것이 확정돼 있어 그 자금을 전제로 원자재 선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며 "3년 동안 단 한 달도 대금이 밀린 적이 없었다는 점이 그 판단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자금 유동성이 기업의 운영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포스코 역시 상생결제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포스코는 10일 이내 대금지급을 원칙으로 평균 3~4일 내 지급하는 신속한 대금지불 제도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현재 10일 이내 대금지급 비중 98.61%로 국내 최상위 신속 대금 지급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도급 상생결제로 협력재단 계좌를 활용해 포스코가 직접 2차사는 물론 아래 단위의 협력사에 자재, 장비, 노무비까지 구분해 직접 지불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2016년 884개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고 '일반 상생결제'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민간 최초로 '하도급 상생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2025년 상생결제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생결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공급망 전체의 정상적인 자금흐름과 재무 건전성을 담보하는 제도로 자금 유동성이 중요한 중소기업에게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 관련 실태조사'에서도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탁기업을 대상으로 법정 지급기한을 현행 60일보다 단축할 경우 경영 도움 정도를 설문한 결과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수탁기업은 71.0%로 나타났다.
또 지급기한 단축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수탁기업이 꼽은 가장 큰 기대효과는 '자금 유동성 개선'이 55.3%로 가장 높았고 '거래처 대금의 원활한 지급'이 40.9%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