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전력망 예타 면제…풍족한 호남 전기, 용인 반도체로 더 빨리 간다

14조 전력망 예타 면제…풍족한 호남 전기, 용인 반도체로 더 빨리 간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세종=강영훈 기자
2026.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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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예타 면제 (下)

[단독]14조 규모 전력망 예타 면제 확정…망 구축 18개월 앞당긴다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진제공=한국전력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진제공=한국전력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국가기간 전력망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확정하고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예타 면제를 통해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구축 기간이 18개월 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이달초 재정경제부는 한국전력에 15개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확정을 통보했다. 총 14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로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신속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필요성에 따라 정부 주도로 추진돼 온 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는 특별법에 따른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열고 99개 전력망 사업을 국가기간망 사업으로 지정했다.

이 중 총 사업비 20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또는 공공기관 부담액이 1000억원이 넘는 32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32개 사업의 총 사업비는 25조2000억원으로 이는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24조1000억원)를 뛰어 넘는 역대 최대(패키지 사업 기준) 예타 면제 규모다.

재경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해당 사업의 예타 면제 최종 확정을 위해 합동회의를 진행했으며 32개 사업 중 경과지가 확정된 15개 사업에 대해 우선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나머지 17개 사업에 대해서는 경과지 확정 등 사업계획 보완을 거쳐 순차적으로 예타 면제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예타 면제가 확정된 15개 사업은 △AC(교류) 송전 5개 △DC(직류) 송전 4개 △변환소 6개 등 총 14조2000억원 규모다. 주로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이 대상이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신해남에서 서인천복합발전소로 이어지는 350㎞ 길이의 HVDC(초고압직류송전)로 총 1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신해남~당진화력을 잇는 290㎞ 길이의 HVDC(1조5000억원) 사업도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각각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새만금~서화성 HVDC(220㎞)와 새만금~영흥화력(210㎞)도 예타가 면제됐다.

AC 사업 중에서는 신평택~고덕(15㎞), 신해남~신강진(27㎞), 신대산~당진TP(15.1㎞) 등이 대상이다. 송전선로의 거점이 되는 새만금변환소와 신해남변전소 사업 각 1조6000억원에 대해서도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로 인해 송전망 건설기간을 기존 10년6개월에서 9년으로 1년6개월 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년6개월은 통상적으로 예타 조사에 걸리는 기간이다. 예타 조사에 소요되는 비용(약 60억원)도 절감될 것이란 분석이다.

예타 면제를 통한 공기 단축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을 위한 전력망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호남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한 예타 면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호남에 넘치는 전기 수도권으로…예타 면제로 에너지고속도로 속도 낸다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진제공=한국전력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진제공=한국전력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송전망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확정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첨단산업의 전력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송전망 조기 구축을 통해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적기 공급하는 한편 호남 반도체 산단을 위한 전력망 구축 사업도 예타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열고 99개 송전망 사업을 국가기간망 사업으로 지정했다. 국가기간망 사업으로 지정되면 입지선정, 환경영향평가, 규제개선 등 각종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가기간망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99개 사업 중 예타 대상이 되는 32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초부터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재정경제부는 기후부, 한전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근 32개 사업 중 15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총 14조2000억원 규모다.

대규모 송전망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확정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예타 면제를 통해 전력망 건설 기간이 기존 10년6개월에서 9년으로 1년6개월 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속한 전력망 구축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발표한 전력수요전망에 따르면 2040년 최대 전력수요는 현재보다 70% 늘어난 165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3대 메가프로젝트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해 기존 전망치 대비 28.5GW의 전력설비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신규 대형원전 약 20기에 맞먹는 규모다.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선 발전설비 확충뿐 아니라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전력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는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의 수급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수도권에는 반도체 산단 등 첨단산업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으나 전력 자립도는 65% 수준이다. 반면 호남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면서 전력 과잉생산으로 인한 발전제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호남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선 대규모 송전망 구축이 필수적인데 현재 호남과 수도권을 연계하는 345kV(킬로볼트)급 대용량 선로는 2개에 불과하다. 신속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와 막대한 사업비 등으로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송전망 예타 면제를 통해 사업이 조기 추진되면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기 공급도 차질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신속한 인허가와 전력망 조기 구축 등을 통해 용인 국가산단(삼성전자)의 완공 시점을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일반산단(SK하이닉스)은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긴다.

이번에 예타 면제가 확정된 송전망은 신해남~서인천복합, 신해남~당진화력, 새만금~영흥화력 등 대부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진다. 최대 203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조기 완공을 위해 2041년까지 전력공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호남 반도체 산단 전력망에 대한 예타 면제도 추진한다. 호남 반도체 산단은 전력·용수 인프라의 신속한 구축을 거쳐 2029년 1차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기후부와 한전은 재경부 협의를 거쳐 전력망 예타 면제를 위한 국무회의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호남 산단 전력공급은 우선 신장성-신광주 선로에서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중화 공사와 변전소 구축 등에 총 93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한 전력망 구축을 위해서는 예타 면제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 로드맵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세웠지만 전력망 계획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기국가 전환을 위해선 전력망뿐 아니라 수소나 열에너지 계획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타 면제해도 끝 아니다…송전망 구축 '주민 반발' 변수
송전탑 반대 전국 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3월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용인 산단·송전선로 전면 재검토와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촉구를 위한 전국행동 3.4 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송전탑 반대 전국 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3월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용인 산단·송전선로 전면 재검토와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촉구를 위한 전국행동 3.4 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해 국가기간망 사업의 행정절차를 단축하기로 했지만, 실제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는 주민 협의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예타와 인허가 절차가 빨라지더라도 주민 반발로 착공이 늦어지면 당초 기대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송전망 사업은 예타와 인허가 이후에도 노선 확정과 착공 과정에서 주민·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행정절차를 앞당기더라도 송전선로와 변전소 입지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장기화하면 당초 기대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수도권 전력 공급의 핵심인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는 과거 입지 선정 과정에서 산불 우려와 지가 하락 등을 둘러싼 주민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약 66개월 지연됐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는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과 지자체의 개발행위 허가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예타와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진행됐더라도 지역사회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송전망은 노선과 입지를 둘러싼 주민 갈등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특히 송전선로는 여러 지역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한 곳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면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로 보내지 못해 출력제어가 발생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는 반도체 산단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적기 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와 주민친화형 변전소 확대, 주민설명회·지원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중화는 송전탑에 대한 주민 반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공 송전보다 사업비가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길어질 수 있으며, 지하 노선과 토지 보상 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송전선을 지하로 옮겨도 주민 수용성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예타 면제로 행정절차를 단축하는 것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과 주민 보상·지원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적기 건설의 핵심은 지역 주민과의 상생 협력과 지방정부의 신속한 행정적 지원"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주민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와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권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와 발전단지를 연결하는 송전망 확충에 나선 만큼, 예타 면제로 시작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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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안녕하십니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입니다.

강영훈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강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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