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냐 국제가냐"…정유사 손실보전 첫 정산 난항

"원가냐 국제가냐"…정유사 손실보전 첫 정산 난항

세종=강영훈 기자
2026.10.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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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지난주보다 소폭 내리며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지난주보다 소폭 내리며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첫 손실보전 정산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전액 산정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정유업계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실제 투입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보전액을 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최고가격의 차이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최고액 정산위원회는 정유 4사가 제출한 원가 자료를 검증하고 있다. 1차 정산 대상은 제도 시행일인 3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다. 정산위는 회계법인 검증과 이의신청·재심의 등을 거쳐 최종 지원액을 확정할 계획이며, 정부는 연내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원가 인정 범위와 적정 이윤 수준이다. 업계는 최고가격 때문에 국제가격 수준으로 판매하지 못한 데 따른 차이도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실제 발생한 비용을 기준으로 보전액을 산정한다는 원칙이다.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국제 시세에 따른 잠재 수익까지 보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정유사는 원가 절감 성과 등을 고려해 회사별 적정 마진율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를 구분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정유사는 휘발유·경유뿐 아니라 나프타와 항공유 등 여러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기 때문에 보전 대상인 국내 판매 휘발유·경유·등유의 원가를 따로 산출해야 한다. 정유사별 재고 평가와 회계 처리 방식도 달라 자료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사이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사이클 산업이라 언제든 적자를 볼 수 있고, 과거 10년간 영업이익률이 2%도 안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실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서 4조2000억원의 목적예비비를 마련했다. 2027년도 예산안에는 올해 4분기 손실 정산 재원으로 1조4497억원을 편성했다. 반면 정유업계에서는 누적 손실이 7조~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다만 이는 업계 자체 추산으로, 실제 투입 원가를 중심으로 산정하는 정부의 최종 보전액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손실보전 정산과 별개로 수출 제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국내 반출량은 전년 동월의 9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최고가격은 지난 16일 11차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돼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국내 가격이 묶인 상황에서 수출까지 제한돼 해외 판매로 수익을 낼 여지도 좁다는 것이다.

국내 수요가 줄면서 수출 여력은 커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9월 국내 휘발유·경유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3.7% 줄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정유사의 생산능력 회복과 경유 소비 감소를 고려해 국내 의무공급량을 조정하고 수출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공급 안정을 전제로 정유사의 수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유업계는 수출 확대가 정유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손실보전 정산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수출 마진이 좋아 최고가격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정산과는 별개"라면서도 "수출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첫 정산에서 확정되는 원가 인정 범위와 적정 이윤 기준은 향후 손실보전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가 이견을 좁히고 연내 최종 보전액을 확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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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기자

Kang Yeong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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