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보행통로 지역권 설정' 조건으로 인허가
방배5구역 "과도한 재산권 침해"…입주 후 돌연 반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공공보행통로 지역권 설정'을 둘러싸고 입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대의원회에서 지난 8월 서초구와 체결한 '공공보행통로 지역권 설정 및 관리협약서' 승인 안건이 부결됐다.
해당 협약은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을 설정해 연중무휴 24시간 일반에 개방하고 유지·보수 등 관리 책임은 조합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담하는 게 골자다. 입주민들은 지역권 설정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다 등기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안건을 부결시켰다.
서울시는 2023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방배5구역의 정비계획을 심의하며 공공보행통로 지역권 설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내용은 정비계획에 반영돼 고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해당 조건이 조합원의 충분한 동의 없이 추진된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공보행통로 개방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받지 않은 만큼 지역권 설정에 따른 영구 개방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협약을 무효화해 달라는 입주민 민원에 서초구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미 협약이 체결된 만큼 구가 조합을 상대로 지역권 설정 등기 절차 이행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이번 안건 부결에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내부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먹튀 방지' 지역권 등기 갈등 본격화…입주민 승소 가능성은?
공공보행통로는 일반인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아파트 단지나 건축물 내에 조성하는 통로다. 서울시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경우 보행자와 차량이 우회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공보행통로 조성을 유도하고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인센티브만 챙기고 입주 후엔 통로를 차단하는 '먹튀' 사례가 잇따르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3월 공공보행통로 조성 시 지역권을 등기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지역권은 민법상 물권의 하나로 특정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지역민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민 소유 토지(승역지)에 통행 목적의 지역권을 등기, 사적 독점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역권이 등기되면 소유자가 조합에서 입주자대표회의로 바뀌더라도 통로를 임의로 폐쇄하거나 통행을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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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따르면 공공보행통로에 지역권을 등기한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2023년 이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단지부터 제도가 적용되면서 최근 들어서야 준공 단지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안건을 부결시킨 방배5구역 역시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향후 지역권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법률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지역권 설정 등기 청구 거부나 말소 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승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지자체가 재량권을 남용했는지, 입주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례를 따져봐야 한다"며 "다만 지역권 설정을 이유로 인센티브를 받지 않았더라도 서울시가 인허가 조건으로 제시했다면 주민들의 사적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지역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내에서 인허가 조건으로 명시된 공공보행통로를 무단 폐쇄할 경우, 원상복구 및 개방 시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통상적으로 이행강제금은 법 위반 면적시가표준액의 10% 규모다. 다만 시는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구간에 한해만 공공보행통로를 지정하는 등 구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