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우수상]반가운 까치집

[경제신춘문예 우수상]반가운 까치집

반가운 까치집

아침마다 삼촌은 머리에 까치집을 짓습니다

밤새 헝클어진 머리로 찾아온 까치 부리가 쿡쿡

노총각 정수리를 쪼고 갔던 것이지요

목과 팔이 늘어난 러닝셔츠를 주워 입고

연거푸 머리를 긁으며 수돗가로 가는 삼촌의 뒷모습은

어수룩하고 궁핍합니다

툇마루에 할머니는 속병이 난지 오래

보내 놓은 입사원서 소식이 궁금해지는 대낮까지

푹, 잠을 자다가 허연 배를 긁고 나오던 삼촌은

실업보다 실없게 웃는 걸 잘 한답니다

할머니 타박하는 소리가 딱. 딱. 정수리를 때리고

구르르릉, 구르르릉 전기 펌프에 물 차오르는 소리가

아무도 모르게 삼촌 가슴 속까지 뻗어갑니다

베트남 처자라도 좋으니 젯밥 좀 얻어먹자고

일품 팔아 누추한 가계 좀 일으키라고

까치집의 까치가 바람을 모아 먹이를 물어 줍니다

순식간, 펌프로 차오르는 오래 고인 물처럼

한 가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삼촌 식도에서는 역류하는 쓴기침이 한참이지요

삼촌은 머리에 까치 한 마리 틀고 마당으로 걸어갑니다

할머니 걱정을 쓰락쓰락 밟고 뒷모습을 새겨갑니다

미워서 자꾸만 깊게 들리는 삼촌 발자국 소리가

까치 울음보다 더 손님 같은 대낮이 오고 있습니다

부스스한 정수리에서 까치도 까치처럼 잘도 웁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