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성 회장, 이경수 대표이사 입양… 지분 10% 증여
이 대표, 2003년 입사 이후 '의료가전' 시장확장 주도
稅혜택 없이 증여세 신고 완료… "미래 준비하는 결정"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의 창업주 이환성 회장(65)이 자신의 친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양자로 입양하고 보유지분까지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에 나섰다. 업계에선 단순히 경영을 맡기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넘어 기업의 소유권까지 이전하는 승계작업이란 점에 주목한다.
20일 세라젬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이경수 대표이사(사진)를 양자로 입양하고 올해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승계를 마쳤고 이미 증여세 신고도 완료했다.
세라젬은 기업의 미래와 경영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경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성장시킬 사람이 중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평소 생각이었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20여년간 세라젬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며 경영철학과 신뢰를 쌓아왔다.
1978년생인 이 대표는 2003년 세라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전략기획,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 분야에서 일했다.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2018년엔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아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특히 이 대표는 기존 척추관리 의료기기 중심의 사업을 '의료가전'이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2019년 웰카페를 도입해 체험 중심 마케팅을 국내 시장에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확인된 이 대표의 경영역량과 실행력, 조직에 대한 이해도, 미래 비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승계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재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승계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경영권을 이어왔다. 전문경영인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CEO(최고경영자)에 오르는 사례는 많지만 창업주가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을 법적인 자녀로 받아들이고 지분까지 넘기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과거 LG그룹에서도 양자를 통한 승계 사례가 있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아들이 없어 2004년 조카인 구광모 현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이후 구광모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다만 두 사람은 삼촌과 조카 사이로 혈연관계가 있었다. 혈연이 없는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선택한 세라젬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이 회장에겐 딸이 한 명 있지만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전통적인 승계방식 대신 회사의 사업과 조직을 잘 이해하고 미래 성장을 이끌 적임자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양자로 입양해 승계하면 세제혜택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세라젬은 '가업승계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일정요건을 충족한 중소기업과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에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세라젬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5498억원이고 최근 3년 평균 매출액도 5000억원을 웃돈다. 세라젬 관계자는 "이번 승계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20여년간 검증된 차세대 경영자의 역량을 연결해 세라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