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된 항공안전법 개정안 안전 우려 커져
군용기 민간용 개조에 감항인증 쉽게 변경
효율 핑계 안전을 행정편의와 바꿔선 안돼

산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하늘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짙은 연기와 강풍을 뚫고 산등성이를 넘으며 물을 투하하는 산림헬기 조종사들이다. 대형 재난과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소방헬기는 구조대원과 환자를 태우고 때로는 도심 한복판을 비행한다. 이들의 임무는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들이 타는 항공기는 더욱 안전해야 한다. 최근 발의된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색 구조업무 또는 산불진화업무에 사용되는 항공기에 군용 감항인증 체계를 확대 적용하고, 군용항공기가 퇴역후 개조된 경우 '제한형식증명'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감항인증을 받기 용이하게 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행정·재정적 낭비를 줄이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항공안전' 영역에서만큼은 더욱 그렇다.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정부가 확인하는 제도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안전을 검증하는 법적·기술적 안전장치이며, 항공안전 체계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안전의 최후 보루를 '중복 규제' 또는 '행정적 병목'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항공안전의 본질을 간과한 위험한 단견이다. 군용항공기를 산불진화용으로 개조한다면 물탱크나 소화장비가 추가될 수 있다. 중량과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구조물에 새로운 하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변경된 부분뿐 아니라 기존 기체와의 상호 영향까지 충분히 검증되어야 한다. 감항인증을 단순한 절차로 인식하는 순간, 항공안전의 근본 원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항공기 안전은 인증서 한 장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항공안전의 진짜 질문은"이 항공기가 처음에 안전했는가"가 아니라"오늘도 안전한가"이다. 실제 운항을 시작한 뒤 그 항공기가 퇴역하는 날까지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지속감항(Continued Airworthiness) 체계가 더 중요하다. 법은 하루에 바꿀 수 있지만 안전 체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체계가 기존 체계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속감항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먼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할부터 변경한다면, 안전관리의 공백이 크게 우려된다. 지난 2008년부터 산림·소방항공기는 안전규제의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국가기관등 항공기'라고 해서 국가 민간 항공안전체계 안에서 감항과 운항안전 관리를 받아왔다. 그러기에 그 취지를 되돌리는 제도 변경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시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올해 12월 ICAO의 국가 항공안전감독체계 평가인 항공안전상시평가(USOAP-CMA)를 앞두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안전관리체계의 일관성과 지속적 이행능력을 더욱 공고히 하여 안전 역량과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적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개정안이 과연 지금보다 국민의 안전을 더 잘 보장할 것인가? 항공안전은 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불편한 규제로 보인다. 그렇다고 안전을 행정 편의와 결코 바꿀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