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에 간편결제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최근 발의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신용카드 회사의 신경이 날카롭다. 수수료가 싼 결제 수단에 추가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다. 카드사가 어렵다는 건 늘 있는 얘기지만 각종 '페이'를 앞세운 간편결제가 약진하는 상황에서 긴장감의 무게가 다르다.
핀테크가 전국에 설치하는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도 카드사의 데이터 경쟁력을 약화한다. 카드 결제 데이터는 고객이 특정 가게에서 얼마나 썼는지밖에 모른다. 포스(POS)와 연동된 간편결제사 단말기는 고객이 무엇을 샀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카드사는 법률의 보호 아래 결제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지켰다. 여전법 제19조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은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해선 안 된다. 카드 결제 수용성을 법이 뒷받침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맹점이 카드 이외 결제 고객에게 더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면 여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용카드 이외 결제 수단을 쓸 때 포인트·할인 등 혜택 경쟁에 제약을 둔 셈이다.
정작 카드사는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일 혁신과 노력에는 소홀했다. 2015년 결제 단말기에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도입하려 했지만 회사 간 이해관계로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가 공동으로 개발한 NFC 서비스 '저스터치'도 일부 대형 카드사가 불참하면서 활성화하지 못했고 사실상 내놓은 자식이 됐다.
수년간 군불만 때는 애플페이 추가 도입은 어떤가.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수수료 부담'이다. '죽겠다'면서도 매년 수천억원 당기순이익을 내는 카드사인데 그 논리가 고객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조선 후기 시전상인은 국가에 물품을 공급하고 국역을 부담하는 대신 허가받지 않은 상인의 거래를 금지하는 '금난전권'을 행사했다. 이 특권이 다른 상인의 활동을 제약하고 유통에 폐단을 낳자 정조는 이를 폐지했다.
제도가 보장한 자리를 지켜낸 것과 경쟁력을 입증한 건 다르다. 결제 시장의 금난전권을 누려온 카드사가 제도의 보호가 사라졌을 때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의 위기는 혁신을 외면해왔던 카드사가 치르는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