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원 수 200명이 안 되는 회사에 재직 중인데, 사내 게시판에 동료의 8월 결혼식을 알리는 글이 5개나 작성됐다. 1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여름에 이렇게 많은 결혼 소식을 듣는 건 처음이다." (경기 안양시 거주 40대 남성 A씨)
"이달에 직장 동료와 친구들로부터 청첩장을 3개나 받았다. 친한 사이라서 10만~20만원 축의금을 줘야 할 것 같은데, 겉으로는 웃으며 축하를 건넸으나 속으로는 비용 걱정부터 들었다." (서울 도봉구 거주 30대 여성 B씨)
한여름인 탓에 무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은 전통적으로 '결혼식 비수기'로 분류됐다. 날씨 때문에 하객들이 예식장에 찾아오기 어렵고, 신부와 신랑의 공 들인 헤어와 메이크업도 흐르는 땀에 망가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비수기 결혼식을 치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예식장 대관비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 등을 할인받을 수 있는 비수기 웨딩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 서비스 계약금을 분석한 결과, 성수기와 비수기의 결혼식 비용 차이가 최대 325만원에 달했다.
예약이 집중되는 성수기(3~6월, 9~12월)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2156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수기(1~2월, 7~8월)의 평균 예식 비용은 1954만원으로 분석됐다. 두 기간의 비용 차이는 평균적으로 200만원 안팎이었지만, 최고가 4월(2238만원)과 최저가 1월(1913만원)의 차이는 325만원까지 벌어졌다.
지난 4월 진행된 결혼 관련 사업자 설문조사에선 '비수기 때 할인 정책을 운영하는 업체' 수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체 150개사 중 68개사(45.3%)가 할인 정책을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성수기 주말엔 △생화 꽃장식 △본식 도우미 등 항목을 계약에 넣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다. 전체 업체의 32.8%가 성수기에 추가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비수기 평일 예식장 대관료가 성수기 주말 대비 69.1% 수준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실속을 따지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비수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유명인 부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결혼한 방송인 김준호, 김지민 부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왜 더울 때 예식 일정을 잡았냐는 질문에 "그때가 비수기라서 가격이 저렴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올해 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비연예인 여성과 결혼한 개그맨 남창희도 한 예능에서 "초호화 결혼식이라고 기사가 많이 나갔는데, 사실 비수기에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여서 할인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남창희는 "꽃장식 비용이 상당하길래 그것도 안 하고 기본 세팅으로만 결혼식을 치렀다"며 "견적을 여러 개 뽑아 비교해 봤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비수기 때 하는 게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합리적 예식을 치르려는 수요가 늘면서 비수기 결혼식 사례가 증가했다"며 "예식 시기뿐 아니라 서비스 구성을 조정하는 것도 결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