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하고 방임해 숨지게 한 이른바 '해든이(가명) 사건'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무기징역이 내려진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계획 범행으로 보기 어렵고 사회적 영구 격리가 필요한 객관적 사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형량을 낮췄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고법은 이날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친모 A씨에게 원심의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잔혹하고 중대하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살해로 보기 어렵다"며 "범행 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수용 생활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무기징역을 선고할만큼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진희 재판장은 선고 직전 이례적으로 양형에 대한 고심을 토로하기도 했다. 황 재판장은 "전국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는 많은 탄원서가 제출됐다. 피해 아동의 고통의 목소리를 대신해 엄벌을 탄원했다. 저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벌에 관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황 재판장은 약 2000년 전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이를 재해석한 책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도 우리와 같은 부족한 인간이며, 무지한 탓에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른다. 누구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형벌은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범죄자가 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갱생의 기간"이라며 "범죄자가 사회로 돌아와 안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동체 감각의 육성"이라고 감형 이유를 전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 해든이를 19회에 걸쳐 무차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채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아이가 물에 빠졌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나흘 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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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부검 결과 생후 133일 만에 숨진 아이의 몸에서는 다수의 멍과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다.
30대 친부 B씨는 아내의 학대를 알고도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참고인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직접 학대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A씨의 학대를 제지하고 적절한 분리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 아동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