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통일교-정치권 유착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그가 교단의 각종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31일 한 총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정모 전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주요 사안을 아침조회 형태로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역시 단순 수행비서가 아니라 주요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고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전달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다고 봤다.
이 같은 보고·승인 체계는 권성동 의원에게 전달된 정치자금 1억원을 유죄로 판단한 핵심 근거가 됐다. 재판 과정에서 한 총재 측은 범행 대부분이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과의 점심약속 계획을 한 총재에게 보고하자 한 총재가 정 전 실장에게 1억원을 가져오도록 했고 이를 건네받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쪼개기 후원 혐의에서도 비슷한 조직 구조가 확인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특별집회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지지 발언을 한 뒤부터 통일교 내부에서 국민의힘 후원 방안이 논의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당시 해당 지지 발언마저도 정 전 실장·윤 전 본부장과의 협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봤다.
이후 통일교 내부에선 논의된 국민의힘 후원 방안은 정 전 실장을 거쳐 한 총재에게 보고됐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보고받은 뒤 승인을 한 직후부터 실제 후원금이 국민의힘 측에 지급된 점 등을 근거로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윤 전 본부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같은 논리로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고가 목걸이를 제공한 범행 역시 일부 간부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행이 통일교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통일교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교세 확장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자금력을 앞세워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한 뒤 새 정부 출범 이후 교단 정책에 국가의 지원을 받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한 총재가 통일교 정점이라는 점을 무겁게 평가했다. 재판부는 범행 전반을 계획한 건 윤 전 본부장이라고 봤지만 정치자금 제공부터 조직적인 후원·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금품 제공 등 주요 과정에 한 총재의 보고·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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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 총재와 함께 기소된 정 전 비서실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윤 전 본부장은 징역 6개월를 선고받았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이모 통일교 전 재정국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