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적 보복 대행업체'를 동원해 전 여자친구 집에 오물을 뿌리고 허위 전단을 살포하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피해자의 집 주소는 남성과 친분이 있던 현직 경찰관이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최근 주거침입 교사와 재물손괴 교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앞서 신청한 영장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반려되자 개인정보 유출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보강했다.
A씨에게 피해자의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넘긴 서울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했다.
피해자 B씨는 2024년 9월 SNS에서 알게 된 재테크 모임에 참석했다가 A씨를 처음 만났다. A씨는 자신을 "휴직 중인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고,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집 주소나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전 남자친구를 언급하며 "연락하는 남자가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 "그 사람과 헤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

두 사람의 실제 교제 기간은 2주 남짓에 불과했다. B씨는 여러 차례 A씨에게 이별 의사를 표했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번은 B씨를 붙잡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A씨는 당시 B씨가 입고 있던 패딩이 뜯어질 만큼 강하게 잡아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것은 2024년 12월 중순쯤이었다. 그러나 약 두 달 뒤 B씨는 평소 생활권과 전혀 다른 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새벽 4시쯤 A씨와 다시 마주쳤다. A씨는 B씨를 따라오며 "왜 나를 차단했느냐", "우리 좋게 헤어진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네 차가 이곳에 세워져 있는 것을 봤다", "네가 저 건물에서 나오는 것도 봤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온 것인지 물었다. B씨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카카오톡 차단을 해제하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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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A씨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집 현관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A씨의 연락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B씨가 재차 연락을 거부하자 A씨는 "네가 뭔데 감히"라고 답하기도 했다.
B씨는 전화번호까지 바꿨지만 두 달 넘게 100통에 가까운 '문자 테러'를 당했다. 경찰은 A씨가 통신사를 통해 B씨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아낸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해 12월 발생했다. 어느 날 아침 B씨의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자 집 앞과 복도에는 정체불명의 갈색 액체가 뿌려져 있었다. 공동 출입문부터 B씨의 집 앞까지 B씨를 비방하는 전단도 붙거나 흩뿌려져 있었다.
전단에는 B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고 여러 남성에게 이른바 '스폰'을 받으며 생활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B씨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갈색 액체에서는 간장이나 춘장과 비슷하지만 이전에는 맡아본 적 없는 심한 악취가 났다고 전했다.
현관 CCTV에는 낯선 사람들이 새벽 시간대 아파트에 들어와 전단을 붙이고 검은 비닐봉지를 든 채 B씨의 집 앞을 서성이는 모습이 담겼다.
B씨는 문자 테러와 오물 투척 피해를 함께 고소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이른바 '사적 보복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B씨의 집에 오물을 뿌리고 허위 전단을 살포하도록 의뢰한 정황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A씨가 휴직 중인 경찰관이라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미 결혼해 자녀까지 있었으며, 교제 당시 자신의 자녀 사진을 보여주면서 "유학 간 여동생의 아이"라고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B씨의 집 주소를 확보하는 과정에 현직 경찰관이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관은 B씨의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A씨에게 넘겼고, A씨는 이를 다시 보복 대행업체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수사 중인 경찰관에게서 나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A씨를 구속해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