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줄 죄기' 넘어 피해 회복으로…과징금 행정 바꿀 해법

기업 '돈줄 죄기' 넘어 피해 회복으로…과징금 행정 바꿀 해법

양윤우 기자
2026.09.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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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⑩과징금, 소비자 혜택과 거리...해외선 합의형 종결 활용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엄벌주의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과도한 표적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 수사권을 없앤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와 결이 다르다. 규제 기관의 무리한 조사와 징벌적 제재는 매년 행정소송과 조세불복으로 이어져 정부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법적 다툼을 거쳐 무혐의, 취소 판결이 나면 막대한 과징금과 세금이 환급되고 이에 따른 가산금까지 국고에서 빠져 나간다. 제재 처분을 받은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과 브랜드 가치 실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런 승자가 없는 무책임 '엄벌 행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짚어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 규제당국이 과징금을 앞세운 이른바 '기업 돈줄 죄기'와 '낙인찍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구조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과징금은 법 위반을 억제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수단이지만 그 자체로 피해자 보상과 구체적인 재발 방지 조치까지 직접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는 논리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1~7월 행정상 부과한 과징금은 93건, 1조3527억9500만원이다. 지난해 연간 부과액 3401억7300만원의 약 4배이자 2021~2025년 연평균 부과액의 약 2.3배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부과 기준율 하한과 반복 위반 가중기준을 높이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법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제재에 따른 손실이 작으면 기업의 위반 유인을 없애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액수와 부과 건수만으로 제재의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반행위가 중대하면 그에 맞는 충분한 과징금이 필요하지만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가 회복되고 잘못된 거래 관행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가기 때문에 피해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는다. 기업이 불복하면 처분 확정이 늦어지고 관련해 피해자 회복 조치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과징금 징수도 늦어지고 소송 비용도 커질 수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징수가 미뤄진 금액은 4530억7800만원이다.

공정거래법 전문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위반으로 얻는 이익이 제재보다 크면 불법행위가 반복될 수 있어 충분한 억제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위반 내용과 기업의 재무 상태 등 사건별 사정을 고려해 과징금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사정을 살피지 않고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면 기업의 생존과 제재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과징금 중심 제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동의의결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이 피해구제와 거래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타당성을 심사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공정위는 기업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이 내놓은 피해구제와 재발 방지 방안은 법적 의무가 된다. 기업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중단했던 사건의 심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채용현 펜타곤 법률세무회계 대표변호사는 "과징금은 돈을 거두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공정거래법이 달성하려는 목적을 이행하게 하는 보조수단이므로 억제력이 필요한 만큼 무거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그 무게가 국고로만 흘러가고 피해구제나 재발방지로는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징금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이 시스템을 다시 갖추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규제당국이 위법 여부를 다투는 대신 기업의 시정 약속을 법적 의무로 만드는 합의형 사건 종결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메타(옛 페이스북)가 정부와 청소년의 SNS 이용 피해를 둘러싼 민사소송을 합의로 끝내기로 했다. 재판이 계속되면 캘리포니아 등 4개 주가 약 2000억달러(약 274조8000억원)의 민사제재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메타는 최소 121억달러(약 16조6254억원)에서 최대 171억달러(약 23조4954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청소년의 이용 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하고 야간 접속 차단, 연령 확인, 독립 감사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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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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