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⑤라임·옵티머스 사태 박정림·정영채 중징계 결국 모두 취소…'일단 때리기' 관행 손봐야

금융사고의 책임을 물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려졌던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 가운데 일부는 수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효력을 잃었다. 대규모 투자자 피해에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이었지만 금융당국이 적용한 제재 법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이어졌다.
처분은 경영활동과 금융권 취업 등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의 '엄벌 행정'에도 그에 걸맞은 책임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임·옵티머스 사태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에게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직무정지 3개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내렸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중징계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금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1·2심에서 승소했다. 금융위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지만 지난 4월 두 사건 모두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두 중징계가 법원에서 한 차례도 인정받지 못하고 최종 취소된 셈이다.
법원이 지적한 대목은 '엄벌 행정'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전 대표 사건 1심 재판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무 위반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후적 평가에 의한 제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처분 대상자에게 불리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제재가 취소됐다고 이미 발생한 불확실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는 각각 4년과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법원도 박 전 대표의 집행정지 사건에서 처분이 유지되면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사고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과 사고 이후 법규를 확대 적용해 책임자를 찾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의 처분은 기업과 개인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단 중징계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법리와 책임 범위를 엄밀히 따지는 '책임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