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가 창의성과 공감, 협업 등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능력까지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인간에게 남는 핵심 역할은 '최종 판단'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목표와 의미를 스스로 정하는 '인지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탐험공동체 대표인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델 테크놀로지스 포럼 2026' 기조연설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대체되지 않는 이유로 창의성, 감정, 협업 능력,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을 꼽았다"며 "최근 연구를 보면 AI가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기도 하고 공감을 잘하며 에이전트 간 협업도 잘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AI 시대 인간에게 남는 역할로 '판단'을 꼽았다. 그는 "AI에게 더 좋은 답과 솔루션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답을 받은 뒤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기업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역할은 결국 인간의 뇌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경험도 소개했다. 장 박사는 강연과 방송 일정으로 집을 비운 사이 몸이 아픈 아내에게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했다가 아내가 AI와 나눈 대화 화면을 보내왔다고 했다. AI가 육아와 몸 상태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답변을 내놓자 아내에게 "어떻게 AI가 당신보다 공감을 잘해주느냐"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이후 아내에게 "당신이 얼마나 외롭고 대화 상대가 없었으면 AI에게까지 물어봤을지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단순한 AI 활용 확대가 아닌 인간의 사고방식 변화로 바라봤다. 과거 사람들이 검색엔진처럼 AI에 정보와 아이디어를 묻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인간처럼 대화하며 자신의 고민과 감정, 인생의 목표까지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지적 아웃소싱'과 감정적 의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자신 역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여러 AI 모델을 사용하고 10~20개의 AI 에이전트에 논문 조사와 데이터 분석 등 상당수 업무를 맡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AI를 활용하면 학습 효율과 생산성, 결과물의 품질은 높아질 수 있지만 사고 과정까지 맡길 경우 비판적 사고나 결과물을 기억하는 능력, 생각의 다양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 박사는 이를 '인지 주권'의 문제로 규정했다. AI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이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와만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의 소통이 줄거나 목적과 주도성 없이 AI가 제시하는 방향을 그대로 따라갈수록 판단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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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AI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최종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사람은 오히려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장 박사는 "AI를 사용하는 데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의미와 목적을 질문하고 마지막 의사결정과 판단에서 자신의 능력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며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간직하는 것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