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WHO,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 공동 발표…의료 격차 해소에 국제 연대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 "속도가 곧 진전 아냐"…효과 검증·책임 있는 확산 강조

정부가 의료 인공지능(AI)을 지역 격차와 필수의료 부족을 해소하는 데 활용하고, 그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방안을 세계보건기구(WHO)와 논의한다.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바탕으로 교육과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기술 개발·검증 등 협력 과제를 구체화하고, 의료인의 감독과 안전성을 전제로 AI의 혜택을 확산한다는 목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 바이오 서밋' 현장 브리핑에서 "지역 격차와 필수의료 부족 등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연구개발과 국제적인 협력·공유·확산을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를 잘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WHO는 21~22일 'AI가 불러올 바이오헬스 혁신의 확산'을 주제로 세계 바이오 서밋을 진행한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정 장관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책임 있는 혁신과 글로벌 연대를 위한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공동 발표했다.
서울선언문은 AI 혁신의 혜택이 특정 국가나 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의료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기본 원칙과 실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간의 안전과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의료 AI에 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저소득국의 국제 표준화 참여와 AI를 활용한 공중보건 위기 조기 탐지, 사이버·생물안보 위험에 대응할 안전장치 마련도 포함됐다.
정 장관은 선언문에 정부가 앞서 발표한 'AI 기본의료' 계획의 가치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글로벌 AI 허브 사업을 통해 WHO와 협력할 세부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WHO가 긴밀하게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며 우선 추진할 분야로 역량 확보를 위한 교육·컨설팅과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시했다. 의료 문제를 해결할 AI 기술과 모델을 개발하고 실증·검증한 뒤 안전성이 확인되면 중저소득국으로 확산하는 역할도 구상 중이다. 구체적인 과제는 AI 허브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수립할 예정이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당시 드러난 의료 접근성 격차를 언급하며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백신과 진단·치료에 빈부 격차가 존재했고, 일부 국가에 생산시설이 집중됐을 때의 위험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를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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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로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를 통해 100여개 중저소득국의 인력 4500명 이상이 현지 생산을 위한 실무교육을 받았다"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의약품 접근성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하게 된다"고 말했다.
AI 도입 속도에 대해서는 효과와 위험을 확인할 근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도는 진전과 동일하지 않다"며 "AI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누구를 보호하지 못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보호, 규제·사이버보안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인과 환자에게 AI 활용의 위험과 책임이 남을 수 있다는 질문에는 기술의 잠재력 활용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칼을 좋은 목적으로도, 사람을 해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았다는 비유를 들며, 위험 때문에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진과 환자의 우려에 대해서는 "천편일률적인 권고안은 아직 없고 앞으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병원 현장에서 선언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계획도 제시됐다. 이왕준 국제병원연맹(IHF) 차기회장은 AI가 진단 보조에서 치료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윤리적 검증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각 병원과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운영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차기회장은 병원 간 지식과 사례를 공유하고 AI 활용을 이끌 인력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제병원연맹 산하 글로벌 AI 헬스케어 리더십 센터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내년 2월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