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우크라 없는' 종전논의 솔솔…'1945 얄타회담' 재현되나

미중러, '우크라 없는' 종전논의 솔솔…'1945 얄타회담' 재현되나

남형도 기자
2026.10.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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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중·러 회담 제안→트럼프 "응할 용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7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7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중국·러시아가 '3자 회담'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응하겠단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때문은 아니라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벌어질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핵무기·비핵화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인 18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협상하자는 제안에 답한 것이다. 실현된다면 내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중러 3개국 정상이 만나게 된다.

러시아 제재 풀어주고, 우크라 연일 압박

지난달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소방관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소방관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는 건 내달 3일 치러질 중간선거다. 불과 2주 앞두고 종전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치솟는 기름값을 잡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경유값은 갤런당 6.18달러(12일 기준)로 1년 전보다 69% 올랐다.

유가 안정을 두고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상반된 전략을 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선 풀어주는 당근책을 쓰고 있다. 러시아산 경유를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6일엔 대러시아 제재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몬태나주 칼리스펠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뉴스1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몬태나주 칼리스펠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관계는 연일 악화하고 있다. '에너지 휴전'을 발표하며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멈추지 않자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솔직히 말해 이젠 다른 누군가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협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통화해 추가 협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의원들과 화상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원들에게 "러시아 공격이 더 잔혹해지고 악랄해졌다"며 "이 모든 상황이 우릴 향한 지원을 늦추려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EU 배제하고 강대국 공인 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발다이 토론 클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발다이 토론 클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러시아는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종전을 이끌려 하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면서다.

WSJ은 미중러 3국 협상 가능성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는 유럽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는 효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세계 강대국으로 공인시키는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고도 풀이했다.

전직 러시아 정보 장교는 WSJ에 "푸틴 대통령이 3자 회담을 '제2의 얄타 정상회담'으로 만들어 세계를 세력권으로 나누려는 비현실적인 야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얄타 회담은 1945년 2월4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열렸다.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영국 윈스턴 처칠,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사국들이 배제된 채 강대국들이 모여 동유럽과 한반도 운명을 갈랐다.

다만 EU의 대러 제재가 여전하고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강한 게 8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했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관리권을 놓고도 미국과 EU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냉전기에 미국과 소련이 양강 구도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미·중·러 3각 구도라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8월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만났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가 배제돼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휴전 합의 등 없이 빈손으로 회담이 마무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회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회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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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시작하던 마음 잊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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