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1세기 리더십' 고민하는 GE 크로톤빌

[르포]'21세기 리더십' 고민하는 GE 크로톤빌

오시닝(미 뉴욕주)=김준형 특파원
2009.11.04 14:10

"금융위기 이후 리더십 재평가"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1주에 한번 거의 빠짐없이 방문하는 곳이 있다.

미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의 GE본사에서 자동차로 1시간반 정도 떨어진 오시닝에 있는 크로톤빌 연수원. 세계 최대 복합기업 GE의 정신과 리더십이 창조되는 심장부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헬리콥터로 크로톤빌을 찾는 이멜트 회장은 이곳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GE의 차세대 리더들과 소통한다. 수전 피터스 GE 교육담당 최고책임자 (CLO)는 "이멜트 회장 업무 시간의 35%는 리더십 및 교육부문에 할애된다"고 말했다. 우리로 치면 한적한 '연수원'에 그쳤을 크로톤빌이 세계적인 주목거리가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크로톤빌의 외부공개를 꺼려온 GE가 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미디어 데이(media day)'를 마련, 미국과 해외언론을 초청했다. 금융위기 이후를 이끌어갈 '21세기 리더십'에 대한 GE의 변화노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피터스 CLO는 "지난해 경제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리더십 개념을 재평가하고 새롭게 변화된 세계에서 리더십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23일 GE 인력관련 핵심 임원 6명과 학자 언론인 등 6명의 외부 자문단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금융위기 이후에 적합한 '21세기 리더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리더십 교육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1일에서 3주 코스까지 다양하게 이뤄지는 GE의 교육은 크게 E-러닝, 필수(Essential)리더십, 기본(Conerstone)리더십, 경영(Executive)리더십 등 4단계로 나뉜다. E 러닝과 필수리더십 코스는 하루짜리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임원이나 인사담당자가 지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3일간의 기본리더십 코스부터가 진짜 GE의 차세대 리더 양성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경영리더십'은 '세션 C'로 불리는 내부 선발절차를 통해 선택된 임원급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이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사진=GE제공)
↑제프리 이멜트 GE회장이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사진=GE제공)

기자가 크로톤빌을 찾은 이날은 경영리더십 과정의 하나로 GE연수 프로그램중 두번째로 고급 단계인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과정이 진행중이었다.

47명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기업 '원 스텝 비욘드'의 폴 손더스 대표가 진행한 강의의 주제 역시 '21세기 리더십'이다.

Goals(목표파악), Reality(현실인식), Options(선택제시), Will(계획,실천) 등 네단계로 이뤄지는 'GROW 모델'을 적용, 가상 역할 분담을 통해 부하직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역량을 높이는게 이날 강의의 과제였다.

수강생들의 책상에는 이전 시간에 사용한 레고 물총 풍선 같은 장난감이 늘어져 있었다. 교육생들이 스스로 장난감을 사용하는 게임을 고안, 마음을 허물고 마케팅기술을 익히기 위한 것들이다.

손더스 대표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조직의 목적의식을 확립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해주는게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어제부터 시작된 BMC과정에 참가한 직원들은 전세계 30만 직원(정규직 15만명) 중에 최소 상위 6000등 이내의 평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선발된 '차세대 리더'들이다.

3주 가운데 첫째 주는 강의, 둘째주는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을 도는 현장방문을 거쳐 마지막 주에 해결방안을 정리하게 된다. 팀별로 정리된 해결방안과 아이디어는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 앞에서 발표한다.

경영진은 이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안을 받아들이고 즉시 시행한다.

↑GE 클로톤빌 연수원 전경[오시닝(미 뉴욕주)=김준형 특파원]
↑GE 클로톤빌 연수원 전경[오시닝(미 뉴욕주)=김준형 특파원]

연수 참가자들은 각 단계별로 3-5차례 크로톤빌 연수를 받아 차세대 리더 자격을 이미 갖췄다고 할 수 있는 BMC과정 수강생들 역시 위기를 헤쳐갈 21세기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경기침체 타격이 심한 항공부문에 근무하는 마이크 왜그너 이사는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험난한 상황에 대처할수있다"고 덧붙였다.

신시내티 지역의 GE캐피털에서 근무하는 파울로 브래기어 이사는 "금융위기 이후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금융시장의 화두는 변화이다.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GE캐피털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피터스 CLO는 "GE의 리더십 교육은 과거 MBA 사례연구를 통해 알려진 10% 룰(상위 10% 직원이 회사를 먹여살린다) 같은 차원에서 많이 발전했다"며 "핵심인력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 전체가 계발돼야 한다는게 21세기 리더십"이라고말했다.

"생각할수 없는 것까지도 생각할수 있는(Think unthinkable) 사람을 만들어내는게 21세기 리더십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저녁에는 '백악관'으로 불리는 레크레이션 룸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며 GE계열사의 최고 경영자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크로톤빌이 갖는 최대 장점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계열사끼리 채용이 이뤄지기도 한다는게 이곳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크로톤빌은 GE의 혈액순환을 책임진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극심한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수익 감소에도 불구, 회사측의 지원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에만 1만명이 크로톤빌을 왔다갔고, 올해도 이미 9000명이 거쳐갔다. GE가 교육에 쏟아붓는 1년 예산만 10억달러에 달한다.

↑연수참가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토론하기 편하게 원형테이블이 배치된 GE 크로톤빌 연수원[오시닝(미 뉴욕주=김준형 특파원]
↑연수참가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토론하기 편하게 원형테이블이 배치된 GE 크로톤빌 연수원[오시닝(미 뉴욕주=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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