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 소리도 용서못해" GM 14년 우수업체의 비결

"헤드램프 소리도 용서못해" GM 14년 우수업체의 비결

경산(경북)=박종진 기자
2010.06.10 08:00

[르포]세계 최고수준 차 부품 시험실 가보니…회의실이 하와이?

#문을 닫으니 순간 귀가 멍해졌다. 소리가 전혀 반사되지 않아 직접 전달되는 음파만 들리는 무향실(無響室)에서는 자동차 헤드램프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음조차 부드러운 음색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고 내부 음반사를 '0'에 가깝도록 잡아내기 위해 바닥 방진은 물론 4중 차음막을 설치했다. 국제 규격을 갖추기 위해 무향실 설비에만 7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한다.

헤드램프 전문 자동차부품업체에스엘(58,600원 ▲3,200 +5.78%)은 지난 1997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올해의 우수 협력업체'에 선정됐지만 여전히 설움을 감내해야했다. GM은 에스엘이 제시한 자체 시험성적서를 믿어주지 않아 그 후로도 7년 동안 매번 미국 인증업체 시험을 통과한 후에야 공급할 수 있었다.

↑이충곤 에스엘 대표이사 회장
↑이충곤 에스엘 대표이사 회장

13년이 지나 미국 포드사 구매 담당 임원들이 실사를 나와 "세계 톱 10 수준의 시험실"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미국 본토에서 시험성적을 믿어주지도 않던 수모가 10여 년 만에 감탄으로 바뀐 셈이다.

에스엘은 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구개발 능력 확보에 온 힘을 쏟아왔다. 지난 2005년 마침내 중앙시험실을 완공하고 미국 인증기관 A2LA의 시험인증을 받았다. 소음진동, 기계, 전자파 시험 등 3부분 모두 인증 받은 국내 유일의 시험실이 됐다. 이때부터 자체 시험성적서만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에스엘은 올해도 GM의 우수 협력업체로 14년 연속 선정됐다.

무향실을 나와 보행자 안전시험실로 들어서니 초당 7000장을 찍어내는 카메라로 보행자와 충돌 상황에서 충격 정도를 분석하고 있다. 3차원 측정실에서는 10만분의 1mm까지 정확히 치수를 재고 있었다. 진동실험실에서는 후방디스플레이와 하이패스 단말기를 포함한 통함 룸미러가 최대 중력가속도의 100배에 달하는 설비 속에서 실험 중이었다.

↑ 에스엘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 에스엘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에스엘 기술연구소에는 현재 석박사급 80명을 포함해 509명의 연구원들이 첨단 부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전류에 민감해 헤드램프에 적용이 어려운 발광다이오드(LED)를 국내 최초, 세계에서 3번째로 헤드램프로 개발해 지난해현대차(488,000원 ▲42,500 +9.54%)에쿠스 리무진에 장착했다.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155,300원 ▲10,100 +6.96%)4대중 3대에 에스엘의 램프가 들어간다.

최근 전자화에 주력하고 있다. 운전자 눈앞에 별도 창을 띄워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 사이드미러에 카메라를 달아 위험을 감지하면 가속페달에 진동을 주는 능동형 위험감지 시스템, 버튼만으로 변속이 가능한 전자식 변속레버 등 고기능 부품 개발이 한창이다. 오는 2012년 독자적 전자연구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본사 회의실은 아예 유쾌하고 창의적 업무환경을 위해 이름을 '하와이', '발리', '몰디브' 등으로 바꿔달았다. 창업 2세인 이충곤 회장(66,사진)은 창립 56주년을 맞아 '지속적 혁신'으로 '100년 기업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조76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부문 매출 성장세가 무려 32.3%에 달한다. 에스엘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시장 매출 증가폭만 1000억원 이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부품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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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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