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길이 5.615km… 세계 4위, 아시아 2위의 규모

시속 300km/h의 초고속에서 경쟁을 겨루는 포뮬러원(F1)이 내달 한국에서도 펼쳐진다.
한국 최초의 포뮬러원(F1) 개최를 50여일 앞두고 지난 4일 대회운영법인인 카보(KAVO)는 모터스포츠 팬과 미디어 등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카보 측은 이 서킷에 대해 총 개발비 3400억이 투입되고 여의도 63빌딩 10개 분량의 흙이 쌓였으며, 지구를 2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의 부자재가 깔렸다고 밝혔다.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총 길이 5.615km의 전용 F1 트랙과 길이 3.045km 규모의 상설트랙 등 2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레이스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길이의 트랙을 선택할 수 있어 탄력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F1 대회용 서킷과 상설 서킷 두 가지가 복합된 하이브리드 서킷으로 F1 외에도 상설 서킷을 활용한 국내외 모터스포츠 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 하에 디자인됐다.
전남 영암군 일대 56만평 부지에 건립중인 이 서킷은 지난 2007년 착공했으며, 21세기이후 한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일곱번째, 아시아에선 세번째로 F1 서킷을 건립하게 됐다. 지난 1950년이후 F1 유치를 경험한 서킷은 모두 67개며, 한국은 역사적으로 68번째 서킷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총 길이 5.615km의 서킷은 국내서 건립된 역대 자동차경주장 가운데 최장거리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서킷을 통틀어서도 상당한 규모다. 2009년을 기준으로 F1을 개최하는 서킷 가운데 영암 경기장보다 길이가 긴 트랙은 벨기에의 스파-프랑코샹(7km), 일본 스즈카(5.8km), 이탈리아 몬자(5.7km) 등 3곳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계서 4번째, 아시아에선 2번째로 규모가 큰 셈이다.
F1 전용서킷은 18개의 코너(왼쪽 11개, 오른쪽 7개), 상설트랙은 10개(왼쪽 6개, 오른쪽 4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서킷의 첫번째 코너를 지나고 나면 곧바로 쭉 뻗은 총 1.2km의 직선구간이 나온다. 카보는 이 구간이 F1을 유치한 아시아 서킷 가운데 정상급 직선주로로 평가받고 있으며, F1 카를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구간의 최고속도가 시속 320km/h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서킷이 총 직선구간의 길이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구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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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F1서킷은 시계방향으로 돌도록 설계돼 있지만, 몇몇 경주장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예외를 만들었다. 2010년을 기준으로 F1을 유치한 전체 19개 서킷 가운데 터키, 브라질, 싱가포르, 아무다비 등 4곳만이 반시계 방향으로 주행을 한다. 한국도 여기에 동참했다. 이 같은 역방향 코스는 드라이버들에게 새로운 체력적 부담을 안겨주게 돼 흥미요소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카보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건설하면서 서킷을 기반으로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싱가포르나 모나코의 경우처럼 기존 시가지 도로를 트랙으로 활용하는 스트릿(Street) 서킷은 여러 차례 시도된바 있다. 반면 한국에선 레이싱트랙을 먼저 짓고 그 힘으로 도시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같은 경우는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의 서킷은 F1 설계의 1인자로 불리는 독일 헤르만 틸케의 작품이다. 그랑프리 건축의 대가로 알려진 틸케는 중국 상하이, 터키 이스탄불 바레인, 아부다비 등 90년대 이후 새로 건립된 모든 F1 서킷을 설계했다.
틸케는 한국 F1서킷을 설계하면서 도시에 서킷을 짓는 것이 아닌 서킷이 도시를 만든다는 독특한 역발상을 내놨다. 또한, 대표적 건축물인 메인 그랜드스탠드의 경우 한옥의 처마선을 닮은 지분구조물을 갖추게 했고, 우리 선조들의 발빠른 교신수단이었던 봉수대 모양의 상징물 8개를 배치했다.
틸케는 "한국의 F1 경주장은 전통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살려달라는 전남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동서양 문명이 조화를 이룬 독창적 구조를 갖게됐다"며 "장거리 직선구간과 다이나믹한 중고속 코너가 적절히 배치돼 경주차와 드라이버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서킷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개최되는 한국 F1 서킷의 입장권 가격은 스탠드와 날짜별로 11만7000원~92만원까지(전일권, 토, 일요일권 포함), 대회 하이라이트인 결승 당일권 가격은 13만5000원~69만원까지 각각 책정됐다.
정영조 카보 대표는 "미국은 300개, 이태리 150개 등 OECD 선진국기준 평균 40개의 레이싱서킷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수준과 비교해볼 때 한국은 불모지"라며 "한국 F1서킷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큰 존재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