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복지재단 설립? 제의 없었다"

현대그룹 "복지재단 설립? 제의 없었다"

김지산 기자
2011.08.16 15:53

현대상선 경영권분쟁에 선박발주 배제 등 갈등이 원인인 듯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범 현대 일가 및 계열사들이 50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16일 현대그룹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날 정몽준 전 대표와현대중공업(419,500원 ▲11,500 +2.82%)그룹 등 11개 범 현대 계열사들과 9명의 총수 일가는 총 50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이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재단 측에서 현대그룹이 재단 설립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참여하지 않은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때문이다.

정진홍 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재단 설립에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대그룹도 처음에 논의하는 자리에 있었지만 참여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현대·기아차그룹은 그동안 해오던 것(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 등)이 있고 그쪽대로 해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나 현대그룹에 어떠한 제의나 설명을 해온 일이 없다"며 "(재단 설립을) 논의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현대그룹은 공익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인색하게 비쳐질 수 있다는 데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의 감정은 최근 기업들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삼성과 SK는 소모성 행정용품(MRO)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 현대 계열들은 총수들과 5000억원대 사회복지재단 설립에까지 나섰다.

'상생' 나눔'이 화두가 된 시대에 현대그룹이 재단 설립에 일부러 빠진 것으로 세간에 인식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계는 현대그룹과 재단 설립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의 원만치 않은 관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현대상선(21,100원 ▼100 -0.47%)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과 관련 있는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을 시도했지만 현대중공업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대그룹도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그동안 관행을 깨고 대우조선해양에 발주를 하면서 현대중공업에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범 현대가 11개 계열과 9명의 총수들은 5000억원대 아산나눔재단 설립계획을 공개했다. 아산나눔재단에는 정몽준 전 대표가 현금 300억원, 주식 1700억원 어치를 포함해 총 2000억원을 기부하고 현대중공업 계열이 238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등이 각각 사재를 출연하고 이들이 오너인 계열사들이 62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과 정몽구 회장,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결과 정몽준 전 대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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