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본관 1층과 아우디 박물관

현대차 본관 1층과 아우디 박물관

최인웅 기자
2012.03.11 15:24

[기자수첩]자동차 박물관 하나 없는 '글로벌 기업' 현대차

이달 초 아우디 본사가 있는 독일 잉골슈타트를 찾았다.

사상 처음으로 벤츠 판매량까지 제쳤다는 사실을 세계 각국 언론을 상대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정작 기자의 눈길을 붙잡은건 본사 옆의 아우디 박물관이었다. 이곳에는 1899년 아우디 전신인 호르히 자동차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아우디 차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100여대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아우디 가이드와 함께 차량의 역사와 전시관을 둘러보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해 보였다. 개인적으로도 사진으로만 접했던 아우디 모터사이클과 경주용 차,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까지 직접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뿐만 아니라 토요타, GM, 폭스바겐 등의 대중적인 브랜드들도 모두 본사에 박물관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기자들을 초청할 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별도 스케줄로 박물관을 거치게 해 은근히 자사 브랜드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우디 만큼의 역사를 가지진 않았지만, 1967년 설립돼 벌써 장년의 나이가 된현대차(499,000원 ▼7,000 -1.38%)는 아직 변변히 외국 언론이나 소비자들에게 소개할만한 박물관 하나도 없다.

얼마 전 울산박물관에서 최초의 국산 승용차인 포니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한 일이 있다. 이 포니 한 대를 구하기 위해 2010년부터 여러 차례 유물구입 광고까지 냈다고 한다.

국내 올드카 마니아로부터 5000만원을 주고 포니 1대를 구입하고, 나중에 현대차도 네덜란드에서 포니 1대를 구입해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차들도 정확히 언제 생산됐는지 등 이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고 추정만 할뿐이다.

아우디나 벤츠처럼 양산 1호차까지 기념으로 전시하진 못한다 해도, 현대차가 진작 박물관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자료와 '유물'들을 수집해왔다면 그리 멀지도 않은 1975년부터 생산한 포니를 이처럼 어렵게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용인 삼성교통박물관과 제주 자동차박물관에도 포니 등 일부 국산차가 전시돼 있긴 하다. 주로 외국 골동품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는 삼성 박물관은 과거 삼성의 자동차 진출 실패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 오히려 씁쓸하다. 제주 박물관은 자동차 산업과는 관련이 없는 '애호가의 취미' 차원의 시설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1층에 놓여 있는 신제품 자동차 몇 대와 각종 엔진 몇 개가 현대기아차 역사의 전부라는 걸 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글로벌 기업의 명성에 맞는 '혼'을 갖추는 일...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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