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외교戰, 최고 '복수의 기술'은?

독도 외교戰, 최고 '복수의 기술'은?

이상배 기자
2012.08.21 15:56

[이상배의 비즈에세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 최고의 전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한국과 일본 간 외교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은 일왕 발언에 대해 일본도 통화스와프 연장 거부, 독도 영유권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양국 정부 간의 신뢰는 이미 깨어졌고, 이제는 양쪽 모두 절벽을 향해 내달리는 '치킨 레이스'(Chicken Race)에 들어간 형국이다. 일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수위를 놓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미시경제학 또는 경영전략학의 '총아'인 '게임이론'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

쌍방간 신뢰와 배신, 보복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한일 간의 상황은 게임이론의 단골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다를 바 없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이렇다. 공범으로 의심받는 2명의 용의자가 검사에게 불러갔다. 검사는 이 둘을 각각 다른 방에 집어넣고 이렇게 말한다. "만약 둘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다면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하겠소. 하지만 만약 한쪽만 자백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풀어주고, 다른 사람에겐 징역 10년을 구형하겠소"

당신이 만약 이 용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죄수의 딜레마가 묻는 질문이다. 최선은 둘다 자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둘다 풀려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만 자백한다면 나만 10년간 감옥에 갇혀있어야 한다. 또 둘다 자백한다면 3년만 감옥에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자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다만 한일 외교 갈등이 이 죄수의 딜레마와 다른 점은 선택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또는 영원히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양쪽은 상대방의 선택을 다음번 선택 때 반영할 수 있다. 배신에 대해 보복을 할 수도 있고, 신뢰 회복을 위해 용서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연속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을 찾기 위해 1979년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가 대회를 열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200회 반복한 뒤 가장 큰 이득을 얻거나 가장 적은 피해를 입어 가장 높은 점수(Payoff)를 얻은 전략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전략은 대회 참가작들 가운데 가장 단순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전략이었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제출한 이 전략은 단 4가지 단순한 원칙로만 이뤄졌다. 첫째, 먼저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상대가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한다. 셋째, 상대가 물러서면 즉시 용서한다. 넷째, 상대방에게 내 의도를 명확히 알린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한번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을 당하고, 신뢰를 지키면 절대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배신하지 않게 된다. 앞서 봤듯 둘다 배신하지 않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 준다. 반대로 둘다 끝까지 배신하는 경우는 최악의 결과만을 남긴다. 한일 관계 역시 '치킨 레이스'의 끝은 결국 파국이다.

액설로드 교수는 이듬해인 1980년에도 똑같은 대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깨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1회 대회와 마찬가지였다. 어떤 전략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나훔 시서만(Nachum Sicherman)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쌍방이 신뢰와 배신, 보복과 용서를 놓고 반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먼저 배신하지 않고, 상대가 한번 배신하면 나도 딱 한번만 보복하는 전략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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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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