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30대 그룹 사장단과 4일 만났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윤 장관과 재계의 첫 만남이다. 대화의 주제는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였다.

정부는 기업의 고충을 듣고 규제완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기업에는 투자와 고용확대를 당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국민경제를 살리는데 머리를 맞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구호처럼 나오는 '투자 및 고용확대' 정책 중 숫자로 나타나는 투자규모가 실제 국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높은 투자 숫자'를 외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30대 그룹이 올해 14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상당수 기업들은 숫자 자체를 밝히기 주저했다.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다. 또 제조업의 특성상 대부분이 시설투자에 집중돼 있어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수월치 않아서다. 한국은 '투자는 늘지만 고용이 늘지 않는' 선진국형 고성장 저고용 상황에 들어선 지 오래다.
2010년 기준 생산액 10억원당 취업자 유발계수는 서비스업이 16.6명인데 비해 제조업은 9.3명에 불과하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서비스업이 0.826인데 비해 제조업은 0.590으로 제조업 투자확대를 요구해도 그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에서 중국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일본을 보자. 지난 2월 출범한 아베 정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샤프, 파나소닉, 엘피다, NEC,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기업들이 하나같이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는 정책이다.
모태기 토시미츠(茂木敏充)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2월 취임메시지에서 '세 개의 화살(三本の矢)'을 동시에 날려 일본 기업을 둘러싼 4중고(重苦)를 제거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기업과 개인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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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쏜다는 것은 △물가안정과 금융정책 완화 △수요 창출을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 △성장 전략 실현을 통한 투자확대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엔고와 환율', '관세 등 국경조치', '법인세 등 세제 및 국내 규제', '자원 및 에너지, 전력 가격' 등 4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을 돕겠다는 뜻이다.
그는 세 개의 화살로 4중고를 해소해 '프로그레시오 자포니카'(새로운 차원의 일본 경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기업이 살아나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30대 그룹 사장들과 만난 윤 장관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며, 정부가 정한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눈에 보이는' 이런 목표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해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대주주인 일본과 달리 오너 체제가 많은 한국 기업은 '스스로의 투자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적자도 감내하며 과감히 투자할 수 있고, 미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히 흑자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오너 기업의 특성이다.
고용과 중산층을 늘리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줄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스스로 투자하고, 스스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