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사업이 선도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장선도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2년 9월 임원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10월로 예정돼 있던 세미나를 한 달 가량 앞당겨 열면서 했던 말이다.
‘시장선도’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방증이다. 이후 구 회장은 신년사를 비롯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시장선도’를 외쳤다. ‘LG Way=시장선도’라는 공식도 굳어졌다.
LG(93,000원 ▲2,400 +2.65%)의 행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장선도에 걸맞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한다.
변화는 맏형인 LG전자가 주도해 왔다. LG전자는 2013년 1월 세계 최초로 55형(인치)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삼성전자도 똑같은 제품을 내놓아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색해지긴 했지만.
그러나 불과 3달 뒤 LG전자는 이 제품의 판매에 돌입했고 9월에는 세계 최대 크기인 77형 울트라HD(UHD, 초고선명) 곡면 올레드TV까지 공개했다.
또 세계 최대 크기인 84형(인치) 울트라HD TV까지 내놓으며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LG화학도 지난해 10월 배터리 위에 배터리를 쌓은 일체형 '스텝드(Stepped) 배터리'와 곡면 형태로 휘어지는 '커브드(Curved) 배터리', 돌돌 감고 매듭도 묶을 수 있는 '케이블(Cable) 배터리' 등 미래형 배터리 3종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LG그룹의 체질이 ‘시장선도형’으로 바뀌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선도’ 다음이다.
최근 차세대 TV로 각광받고 있는 UHD TV를 한번 보자. LG전자는 2012년 하반기부터 UHD TV 시대를 일찍 예견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내놨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LG전자의 2012년 3분기 글로벌 UHD TV 시장점유율은 61.8%(디스플레이서치, 매출액 기준)로 압도적인 1위였다. 4분기와 지난해 1분기에도 36~38%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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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쟁사인 소니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UHD TV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2분기에는 42.4%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9.8%로 급락하며 4위로 밀려났다.
전세계 UHD TV 시장규모가 지난해 1분기에는 1만400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에는 94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LG전자는 판매대수는 늘렸지만 시장이 커질 때 더 많은 파이를 가져오지 못한 셈이다.
UHD TV 시장을 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지켜는데 실패했다. LG에게 ‘시장선도’ 그 다음 전략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실망하거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해 3분기 5.9%까지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4분기에는 6.9%로 반등에 성공한데 이어 올 1분기에는 10.6%까지 점유율을 회복했다.
LG에게 ‘○년 연속 1위’라는 수식어를 안겨줄 ‘시장선도’ 다음 전략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