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밀가루 장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리'를 아시나요?

[현장+]밀가루 장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리'를 아시나요?

서명훈 기자
2014.08.07 16:38

최근 우리 동네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 동안 사이좋게 지내던 밀가루 가게와 빵집 사이에 난 싸움이었다. 급기야 밀가루 가게가 빵집을 고소했다. 밀가루 대금을 뒤늦게 지급했는데 그 기간만큼 이자를 내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줘야할 돈을 늦게 줬으니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은 상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빵집 사장님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밀가루 가게가 ‘의리’를 져 버리고 뒤통수를 쳤다며 울상이다.

사연은 이렇다. 3년 전 두 가게는 서로의 물건을 사용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빵집 입장에서는 질 좋은 밀가루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밀가루 가게 역시 좋은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우리 동네에는 이 밀가루 가게보다 더 좋은 밀가루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빵집은 3~4곳이 있었다. 당연히 계약조건은 빵집이 약간 불리했다.

계약을 맺을 때 잠깐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밀가루 가게가 빵집을 인수할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빵집 사장님은 밀가루 가게에 소문에 대해 물었고 돌아온 답은 ‘그럴 일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수십년 거래를 해 오던 터라 빵집 사장님은 이 말을 믿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 소문은 사실이 돼 버렸다. 밀가루 가게에서 빵집을 하나 인수해 직접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을’일 수밖에 없는 빵집 사장님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밀가루를 사용해서는 빵맛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져 물었다가 당장 밀가루 공급을 끊어버리면 큰 일이어서다.

그래서 빵집 사장님은 지난번에 체결한 신사협정을 좀 바꾸자고 요구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협상을 다시 해보자는 것이었다. 밀가루 대금은 협상이 끝난 이후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협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쉬울 게 없는 밀가루 가게는 버텼고 결국 빵집은 좀 억울했지만 밀가루 대금을 지불했다. 빵집 사장님은 장사를 계속하다 보면 또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날아온 것은 이자를 내라는 소송장이었다. 빵집 사장님은 직접 얘기해도 되는 것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어 더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신사협정에 빵집을 안 한다는 문구를 왜 넣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는 동네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삼성전자(191,200원 ▲1,100 +0.58%)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이런 얘기다. 밀가루가게는 MS, 빵집은 삼성전자다.

MS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에 따른 특허료를 늦게 지급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이자를 지불하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과거에 체결한 특허공유 계약이 유효한 지도 법원이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MS와 삼성전자는 2011년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MS는 지난해 노키아를 인수했다.

특허와 소송은 따로 떼어 놔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다. 당연히 특허 관련 소송은 그 결말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MS의 소송이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의리’가 없어 보이는 건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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