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VIP 일정 늦춘 인도 기업 회장의 시간관념

[현장+]VIP 일정 늦춘 인도 기업 회장의 시간관념

임동욱 기자
2015.05.19 16:14

주어진 시간 3분의 5배 인사말 한 쿠카르 망갈람 비를라아디타야비를라 그룹 회장

19일 오전 10시23분 소공동 롯데호텔. 경호요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검정색 벤츠 승용차에서 내렸다. 오전 10시30분 시작하는 한-인도 CEO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VIP(대통령) 축사를 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약 2분 가량 이른 시간이었다. 이미 행사장에 도착해 있는 '귀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배려해 정확히 시간을 맞추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행사장인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VIP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는 예정대로 정확히 10시30분에 시작됐다. 한·인도 CEO포럼의 개회식은 보안 등의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개회식은 시작 20분 뒤인 오전 10시50분 끝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이 넘어도 행사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행사장 밖을 지키던 경호실 요원들은 조용히 무전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지켰다.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던 실무자들도 계속 시계를 들여다봤다.

오전 11시11분 드디어 문이 열렸다. 당초 예정보다 21분이나 늦었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시간이 이처럼 지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를 나누며 행사장을 빠져나왔고, 오전 11시15분 대기 중인 차량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차량 앞에서도 두 사람과 1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다 떠나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행사가 이처럼 지연된 것은 이번 포럼의 인도 측 위원장인 쿠마르 망갈람 비를라 아디티야비를라 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15분 넘게 했기 때문. 당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이었다. 한국 측 위원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정확히 '3분 스피치'를 지켰다.

행사의 VIP인 박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축사 시간은 각각 7분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축사도 예정 시간을 넘겨 끝났다. 참석한 인도 기업인들이 통역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될 때마다 큰 박수를 쳤고, 그때마다 대통령은 잠시 말을 멈춰야 했다. 여기에 모디 총리의 축사도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개막식은 오전 11시를 훨씬 넘어 끝났다.

국가 원수가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이같은 시간 지연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대통령 일정이 당초보다 25분이나 지연됐음에도 인도 측의 '시간 개념'을 탓하지 않았다.

경제계의 한 참석자는 "인도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우리와 다르다"며 "인도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인의 시간관념은 모호하기로 유명하다는 것.

호기심에 찾아보니 여러가지 사례가 있었다. 인도에서는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려 할 때 몇 시에 오라고 하는 것이 실례라고 한다. 귀한 손님에게 어떻게 시간의 제한을 둘 수 있냐는 것이 인도인들의 시간관이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과 우리 경제계는 인도의 귀한 손님을 맞으며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존중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원칙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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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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