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부 중재도 안 먹히는 '포스트반도체' 전쟁, 韓-韓 격돌

[MT리포트]정부 중재도 안 먹히는 '포스트반도체' 전쟁, 韓-韓 격돌

우경희 기자
2019.09.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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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전쟁]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에 소송으로 점입가경…신흥 양강 법정 대리전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미국 특허소송 추진은 '포스트 반도체' 시대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LG와 SK 양사 대격돌의 전초전이다. 기술적 우위를 글로벌 시장에서 확립하고 가겠다는 LG화학의 자존심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신흥 강자 SK이노베이션의 자신감이 부딪혔다.

◇LG-SK, 자존심 대결 소송전으로 비화=소송에 맞소송으로 번지고 있는 양사 갈등의 발단은 SK이노베이션의 인력 빼가기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SK이노베이션으로 LG화학 배터리 연구인력 상당수가 옮겼다. 양사는 인력유출로 2017년에 이미 전직금지 등 한 차례 송사를 벌였고, 이때는 중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극한으로 치닫는 양사 격돌을 70여 명의 인력 유출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수주전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일본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전량 공급받던 데서 벗어나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을 지닌 국내 배터리 3사에는 호재다.

이 물량을 놓고 벌어지는 수주전에서 양사 갈등이 시작됐다. LG화학이 완성차 업체들과 JV(조인트벤처) 설립을 거부한 것과 달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적극적인 JV 수용을 무기로 수주를 늘렸다.

LG화학은 기술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SK이노베이션에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아랑곳없이 JV를 밀고 나갔다. 결국 LG화학도 내부원칙을 바꿔 지난 6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JV 설립을 발표했다. LG화학으로서는 재차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요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급성장에 따라 미끄러진 LG그룹의 재계 순위, 그룹 리더십 교체에 따른 구광모 신임 회장의 내실 다지기 분위기 등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 중재도 무산…배터리 세계 1위 골든타임 놓칠라=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자 정부도 나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차관이 그룹 고위층과 접촉했고 청와대에서도 핵심 인사가 움직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양사의 강경한 입장만 재확인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 논의가 이뤄져야만 만남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무조건적인 사과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사 격돌을 보는 관련 업계의 시각도 나뉜다. 국익을 위해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기업의 일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는 공통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명실상부 포스트 반도체 산업이다. 전기차는 범용성 측면에서 이미 확고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확대될수록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전기차의 핵심 중 핵심이 바로 배터리다.

양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중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지만 기술 면에서는 다르다. LG화학이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뒤를 따른다. 대량 수주를 바탕으로 이미 건설 중인 공장만 감안해도 조만간 3사가 모두 세계 5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소송이 인용돼 양사의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힌다면 이후 시장은 안갯속에 빠진다. 게다가 소송전이 미국을 넘어 유럽과 중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저마다 세계 1위를 자신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청사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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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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