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00일]'탑텐·스파오' 입고 '카스·테라' 마신다

[日, 수출규제 100일]'탑텐·스파오' 입고 '카스·테라' 마신다

양성희 기자, 이강준 기자
2019.10.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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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종 브랜드 '대체품'으로 급부상…모방, 애국 마케팅 피로감도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한일 양국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볼펜부터 자동차까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뜨겁게 펼쳐졌다. 'NO 재팬' 100일이 가져온 시장변화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불이 붙으면서 토종 브랜드는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로 탑텐, 스파오가 부상했고 맥주 강자 아사히의 자리는 카스, 테라가 꿰찼다. 토종 브랜드 경쟁력을 두고는 '재발견'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친 모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와 콘셉트가 비슷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탑텐, 스파오는 불매운동 기간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 힘입어 탑텐은 플리스 등 가을·겨울 물량을 5배 늘리기도 했다. 스파오도 발열내의 생산량을 240% 늘려 잡았다.

특히 신성통상 탑텐은 이나영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기세를 몰아갔다. 이나영은 과거 유니클로 모델로 활동하면서 대표제품 '히트텍'을 유행시킨 인물이다. 이나영 모델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여성 고객 비중이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제품 판매 성적도 두드러졌다. 발열내의 '온에어'의 경우 9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대비 600% 늘었고 플리스 매출도 같은기간 450% 증가했다. 리얼구스 제품도 450% 신장률을 보였다. '애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한 '광복절 티셔츠'는 7월 첫 출시, 8월에 리오더(재주문) 출시됐는데 두달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 스파오의 사정도 비슷하다. 7~8월 기능성 내의 '쿨테크'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300% 늘었고 9월엔 슬랙스 '데일리지 팬츠' 매출이 전년과 비교했을 때 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 호조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졌다. 플리스 매출은 이달 들어 전년보다 115% 늘었다. 매장 평균 고객 수는 30% 이상 증가했다.

이랜드월드 슈즈 편집숍 '폴더'는 ABC마트의 대체 브랜드로 관심을 모았다. 7~8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5% 늘었고 지난달 역시 20% 신장률을 달성했다. 폴더 신촌점은 지난달 복합 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해 '폴더 하이라이트'로 재탄생하며 고객을 모았다. 폴더 고객 수도 전체적으로 15% 이상 늘었다.

토종 브랜드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녀공장 클렌징 오일은 '혐한 방송'으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DHC의 대체 제품으로 부상해 7~10월 올리브영에서의 매출이 288% 급증했다. DHC의 경우 올리브영 매장 진열에서 대부분 빠진 상태다. 두 제품 모두 노란병에 담겼고 보습력이 뛰어난 유사점이 있다.

국산 맥주 역시 반사이익을 누렸다. A편의점에서는 8~9월 국산 맥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9.6% 늘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보다 8~9월 들어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7월 대비 8~9월 매출은 1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9월 캔맥주 매출 순위를 살펴봐도 카스가 1위를 차지했고 칭타오(2위), 하이네켄(3위)에 이어 테라가 4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토종 브랜드의 부상과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빅 플레이어'가 잠식한 시장에서 묵묵하게 키워온 국산 제품의 기술력, 상품력, 서비스 등이 제대로 드러난 기회"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나친 모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탑텐 모델 이나영의 경우 소비자에 여전히 '과거 유니클로 얼굴'로 기억된 인물이고 이랜드가 선보인 '탄성팬츠'는 이름과 콘셉트가 유니클로의 '감탄팬츠'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국', '토종', '국산'에 호소하는 마케팅도 지나치게 잦아지면서 소비자들에 피로감을 줬다. 특히 유니클로 '에어리즘', '히트텍'을 연상시키는 '온에어', '에어메리', '보디히트', '웜테크' 등 제품의 프로모션 이벤트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애국에 호소하는 얕은 마케팅, 단순한 모방 제품으론 롱런하기 어려운데 예상치 못한 기회에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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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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